뿌리내리는 방송가 「여성리포터」| KBS·MBC라디오등서 고정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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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1∼2년간 「여성리포터」라는 새로운 분야가 활기를 띠면서 방송가의 또다른 우먼파워로 등장하고 있다.
라디오의 생활정보프로그램이 이들 활동의 주무대. 현재 KBS라디오서울은 고속도로 정보·시경정보·기상대정보를 알려주는 8명의 여성리포터가 고정배치돼 있으며 MBC라디오는 『바구니대작전』『푸른 신호등』등에 4명의 여성리포터가 활동하고 있다.
국내 방송가에 여성리포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68년 MBC라디오가 주부통신원이란 명칭으로 정식 기자 대신 주부가 시장정보를 취재, 스튜디오에 나와 리포트하는 형식을 취했었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생활정보프로그램이 청취자들에게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해 자연 여성 리포터도 뿌리를 내리지 못했었다.
그러던 것이 라디오가 점차 텔리비전에 밀려나면서 청취자의 기호가 오락보다 생활정보를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해가면서 여성리포터의 재등장을 가져오게 된것이다.
KBS 라디오 유성화제3부장은 『청취자의 대부분이 심층화된 작은 생활정보들을 원하고 있으며 이런 정보를 알려줄 관계기관의 인력이 모자라 수시로 전해줄수 없는 난점이 있어 작년8월부터 여성리포터를 공개 채용, 본격적으로 기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여성리포터로 활약하고 있는 사람중에는 주부들이 상당수. 이것은 KBS의 경우 하루 2∼4교대근무로 일종의 기간제근무형식을 도입하고 있어 가정과 직장의 병행이 용이하며,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MBC의 경우 취재가 실제 살림살이와 직결돼있어 주부의 잇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이들에게는 한달에 1번 출연료의 형식으로 급여가 지불되는데 대개 30만원 이상을 받고있다.
MBC라디오『바구니 대작전』에 출연하는 장정자씨는 『시장은 생활에 젖은 곳이어서 취재의 어려움이 없고 생방송시간만 지키면 나머지는 시간에 구애없이 일을 할수있기 때문에 가정과 일을 병행할수 있는 가장 적합한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6개월간 리포터일을 하다보니 경제변화에도 민감해지고, 전에는 잘알지 못했던 전문시장도 직접 찾아다니게 되고 이웃에도 널리 알려줘 얻는게 많다』고 했다.
KBS 『기상대정보』를 맡고있는 심련양은『예전엔 날씨에 일반인의 관심이 별로 없고 하늘을 쳐다보고 외출하는것이 고작이었으나 기상대정보가 계속 제공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화재거리로까지 등장하는것을 볼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리포터에게도 문제가 없지 않다. 가장 큰 문제점은 수명이 길지 못하다는것. MBC라디오 생활정보 최양묵차장은 『여성리포터의 경우 대개 1년정도가 되면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전문가로 크지 못해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론 리포터는 성격상MC나 DJ와는 달리 프로를 단독으로 맡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또 생활정보 프로그램 자체가 많이 늘어나지 못하는 방송현실도 한계점으로 작용하는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취자들의 반응이 좋고, 이들 프로그램시간대를 선호하는 층도 따로 생겨나고 있어 여성리포터의 미래는 기대할만한 것으로 보인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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