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무슬림 이민자 반감 … NYT "유럽 위험한 순간 직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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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직후인 7일(현지시간) 프랑스 무슬림들의 블로그 ‘알칸츠’에 “우리도 이제 안전하지 못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블로그 운영자인 파테 키무슈(38)는 이 글에서 모든 무슬림이 공공의 적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톨레랑스(tolerance·관용)’의 나라인 프랑스도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에 흔들리고 있다. 키무슈와 같은 무슬림계 프랑스인들은 약 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7%를 차지한다. 독일의 6%, 스웨덴·영국의 5%보다 높아 유럽 최고 수준이다. 알제리 등 과거 식민지 출신이 많은 데다 적극적 이민정책도 한몫했다. 비무슬림 프랑스인에게 무슬림 인구 비율 예상치를 물었더니 실제보다 약 4배 높은 31%라는 답이 나온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최근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실업률이 10%를 웃도는 상황에서 이들이 유입되며 저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잇따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는 ‘무슬림 대 비(非)무슬림’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이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독일 베텔스만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이슬람과 서구 사회는 공존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스페인 65%, 스위스 60%, 스웨덴 50% 등으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절반 이상을 넘겼다. 이번 테러로 극우 정당이 유럽 각 지역에서 득세할 우려도 크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 대표는 8일 “이슬람 근본주의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임계점에 달한 반(反)무슬림 정서에 방점을 찍었다. “유럽이 위험한 순간을 맞이했다”(뉴욕타임스)거나 “잔인한 진실에 직면한 유럽”(슬레이트)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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