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피로 덜게「동선」을 주부위주로|방·가구등의 효율적 배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최근들어 생활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이란 측면에서 인간동작(Human Scale)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가구업체에서는 이미 이러한 관점에서 장롱·싱크대·침대등의 가구류에 동선과의 연관성을 시도하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가사노동의 능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동선관리가 주목을 끌고있다.
주부 신현숙씨(서울 서대문구홍제동)는 지난 겨울 식당과 안방·세면대·부엌이 모두 통하는 길목에 난로를 설비해 두었다가 식구들의 혼잡으로 큰 화상을 입었다. 신씨에 의하면 모든 식구들이 지나쳐야 하는 동선을 고려하지 않아 집안에서도 일종의 교통사고를 유발한 경우라고 지적, 난로하나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했다고 한다.
주부 최정희씨(서울강남구신사동)는 밤에 전화가 올 경우를 고려, 안방에 전화기를 설치해 두었다.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던 최씨는 시누이의 결혼식을 전후로 전화량이 점차 늘어나자 부엌에서 안방까지 여러번 왕복을 거듭, 결국에는 집안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최씨 자신의 위치를 위주로 부엌과 거실사이에 거는 전화기를 설치했다고 한다.
이와같이 한 가정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아무래도 주부와 아동들로 사실 집내부의 상당부분을 이들의 활동영역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즉 어린 자녀를 둔 주부의 경우 주부가 많은 시간을 부엌이나 세탁실에서 소비하고 있으므로 어린이방을 식당부근에 두면 부엌및 가사에서부터 쉽게 자녀를 돌보게 된다는것.
최동숙씨(숙명여대·가정관리강사)는『사실 가정안의 모든 구조가 외부에만 치중되어 다양한 가족들의 요구에 대처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제, 인터폰의 유치, 신발장·옷걸이·장독대등의 위치도 조금만 동선을 고려하면 가사노동의 피로감을 훨씬 줄일수 있다고 제언한다. 일반적으로 가사노동에서의 동선은 길이와 교차성이 기본요소.
이러한 동선과의 연관성을 고려한 각방의 배치 역시 침실과 목욕탕, 서재와 복도, 식당과 거실, 현관과 부엌, 식당과·부엌이 동선을 최대한으로 단축한 배치.
침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동작으로는 출임문과 장롱사이의 거리를 가능한 짧게 배치하는 것이 피로감을 덜며, 어린이방에서는 어린이방 바로 옆에 뜰이나 마루로 통할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동선의 낭비를 줄일수 있다.
대체로 한 가정안에서 동선처리가 비교적 고려된 곳으로는 부엌을 들수 있다. 싱크대·조리대·가열대를 중심으로 부엌에서의 작업대는 우선 싱크대 주변에 세제·비누·행주·수건을 두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부엌용 쓰레기통을 가까이 두면 동선의 낭비를 줄일수 있다. 한편 가열대는 조리대 옆에 배치함은 물론 가열대 위나 밑부분의 서랍에 프라이팬이나 취사도구를 배치하고 부근에 조미료를 두는 것이 편리하다.
식품을 조리하기 위한 조리대에는 특히 냉장고와의 거리가 가깝게 배치하고 조리대의 위와 아래 서랍에는 충분한 공간을 두어 병이나 믹서기·깡통따개·밀가루·설탕·인스턴트식품등을 두어 쉽게 꺼낼수 있어야 한다.
가정에서의 공간설비의 기본은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손이 잘 닿지 못하는 높은 곳에 두고 자주 사용하는 기구는 키 높이에, 무거운 기구는 바닥에 놓고 사용하도록 한다.
박연심씨(건축가)는 요즈음 부엌과 거실·식당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고려한 설계가 부쩍 늘고 있다며 부엌과 아동용방·다용도실이 가깝게 배치될 것과 복도나 응접실의자 윗부분에 수납장을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인 공간처리라 강조한다
우리나라 전통의 가사노동이 뜰에 있는 광이나 수도·장독대를 통해 집안의 부엌으로까지 동선의 낭비가 심한 유형이 대다수이므로 부분적인 개수가 어려울 경우는 장류를 3, 4일분씩 미리 부엌 내부에 덜어두는 것도 동선낭비를 절약하는 지혜가 된다.
결국 박연심씨는 전화기는 반드시 거실에 둔다든지, 부엌 옆에 딸린 방은 가정부용으로 사용한다든지 하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동이 어린 경우에는 부엌 옆방을 아동용방으로 정해 수시로 돌볼수 있게 하고 인터폰은 부엌안에 설치하는 등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육상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