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공권력 충돌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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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부산지부가 무기한 운송거부에 돌입한 가운데 경찰이 부산지부 간부 회원 7명에 대해 사법처리 방침을 밝히는 등 화물연대와 공권력이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부산항에서는 5일째 수출입 화물의 반출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부두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등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국내외 선사들이 부산항 기항을 기피하는 등 우려했던 사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화물연대 울산지부와 경인 컨테이너내륙기지 지회도 이날부터 부산지부 운송거부에 동참키로 결의해 수출화물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의 강경대응=경찰은 13일 화물연대 부산지부 동부지회장 金모(40)씨 등 6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신선대 부두 도로변에 주차돼 있는 6백여대의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도 같은 혐의로 연행 조사한 뒤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사법처리키로 했다.

또 정상 수송차량을 방해하는 회원은 전원 연행하고, 화물차량을 도로에 방치할 경우 모두 견인키로 했다. 경찰은 회원들의 불법 행동과 게릴라식 집회에 대비,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5개 부두 등에 40개 중대 4천5백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화물연대 회원들은 이날 오전 3시50분 부산대에서 해산한 뒤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이날 ‘재택 운송거부 투쟁’을 벌인 뒤 14일 별도의 행동지침을 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 마비=선적하지 못한 수출화물이 12일 70%에서 이날 80%대로 치솟아 사실상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자성대 부두에서 12일 출항한 4척이 예정 화물의 30%만 싣고 출항했다. 신선대 부두는 11일 선적하지 못한 화물이 컨테이너 1백14개였으나 12일엔 1천8백2개로 급증했고 13일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부두에 쌓이는 수입화물도 계속 늘어 일반부두(3,4부두)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1백%를 넘어 하역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한진해운은 14일 입항 예정인 바이칼세나토호의 기항지를 중국 상하이(上海)로 옮겼다. 부산항에 주당 9척의 모선을 투입하고 있는 중국 차이나쉽핑도 기항지를 옮길 계획이다.

◆정부와의 협상 결렬=정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3시 건설교통부 회의실에서 노·정 협상을 가졌으나 30분 만에 결렬됐다. 정부 측은 “정부가 대화창구를 열면 운송거부를 풀겠다고 약속해놓고 어겼다”며 “정상화를 위한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야 구체적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측은 “정부가 중요한 쟁점인 경유세 인하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노조원 설득이 안되고 있다”며 “이 문제부터 논의하자”고 맞섰다.

부산=강진권·황선윤·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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