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책브레인 3인이 말하는 '양극화 원인과 처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 3인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놓고 논전을 벌인다. 박세일(서울대).최장집(고려대).이정우(경북대) 교수가 주인공들이다.

29일 오후 1시30분 서울 평창동 올림피아호텔에서 열리는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 토론회에 3인이 모두 발제를 맡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옛 크리스챤아카데미.이사장 박종화)가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행사다. 미리 배포한 발제문을 보면, 소득격차가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 3인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원인 분석과 처방에선 3인3색이다.이 교수는 "참여정부의 정책 화두는 동반성장"이라며 현 정부를 옹호한다. 박 교수와 최 교수는 각기 성장과 분배를 강조하는 다른 입장에 서 있으면서 함께 현 정부를 비판한다. 이번 토론회는 직.간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한 '현실 참여형 학자'의 대표들이 벌이는 정파 간 대리전으로 읽히기도 한다.

◆ 양극화의 원인=참여정부의 '과거사 청산 시리즈'는 이 교수의 양극화 원인 분석에도 적용된다. 이 교수는 지난달까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개발독재 시기에 경제가 고도 성장하는 동안 특권과 독점, 불공정과 부패로부터의 이익, 부동산 투기로 인한 막대한 불로소득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었다"고 지적한다. 이어 "광범위한 인권 억압과 노동 배제가 80년대 후반의 민주화 이후 크게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곳곳에 잔재가 남아 있다"면서 "참여정부는 지난 2년반 동안 우리 경제와 정치의 체질을 고치는 데 주력해 왔다"고 옹호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국가 능력의 부족'이 양극화의 본질적 원인이라며 현 정부와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을 지냈고 한나라당의 정책위원장을 맡기도 한 그는 "세계화를 실행하면서도 양극화를 겪지 않는 나라가 상당수 있음"을 비판의 근거로 내세웠다.

최 교수의 시각은 자신이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김대중 정부 시절의 민주당과 현재 민노당 노선 간의 혼합형으로 읽힌다. 그는 "정치는 민주화가 이뤄졌으나, 경제는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신자유주의적 워싱턴 컨센서스를 극히 교조적으로 수용, 이를 극히 과격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극화 처방=대책은 원인 분석의 다른 표현이다. 이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상생 협력▶자산 재분배▶사회안전망의 확충을 대안으로 내놨다. 그는 "조세.정부지출을 통한 전통적 재분배는 노동의욕 저하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소득의 원천인 부동산.주식 등 자산 재분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세계화를 하면서 양극화를 가져오지 않은 나라들의 특징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교육개혁▶교육-고용-복지의 안전망 구축을 들었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가발전 전략을 새로 짤 미래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자본가와 노동자 양대 집단 사이의 '사회 협약'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