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카친스키 쌍둥이 형제 대통령·총리 나눠 맡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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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형제가 대통령과 총리를 동시에 차지할 수 있을까. 폴란드 중도 우파 '법과 정의'당 총리 후보인 형 야로슬라브 카친스키(左)와 같은 당의 대통령 후보인 동생 레흐가 25일 바르샤바에서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대선은 2주 뒤 실시된다. [바르샤바 로이터=뉴시스]

쌍둥이 형은 총리, 아우는 대통령?

일란성 쌍둥이인 카친스키(56) 형제가 폴란드의 권력을 장악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형 야로슬라브가 이끄는 중도 우파 야당인 '법과 정의(PiS)'는 25일 실시한 총선 출구조사에서 예상을 뒤엎고 1위를 차지했다. 90% 개표가 완료된 2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현재 PiS는 26.8%의 표를 얻어 '시민강령(PO)'당을 2.6%포인트 앞섰다. 양당은 우파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집권 좌파 동맹은 10%대 득표에 그쳐 자위당에 이어 4위로 처졌다. 이 결과로 PiS의 총리 후보인 야로슬라브는 차기 총리 자리를 굳혔다.

동생 레흐는 2주 뒤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 PiS당 후보로 출마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레흐는 보수 우파 정당인 PO의 도널드 투스크 후보에게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레흐가 대통령이 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라이벌인 투스크가 아니라 형이다. 대선이 실시되기 전 형이 총리로 확정되면 레흐는 크게 불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쌍둥이가 대통령과 총리를 맡는 것에 대해 국민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야로슬라브는 총선 직후 "총리를 지명하는 것은 당이지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레흐도 "새 정부 구성이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반면 PO 측은 "총선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총리가 결정돼야 한다"며 PiS를 압박했다. 야로슬라브가 총리가 되면 대통령직은 PO에 돌아올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형제는 거의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둘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똑같이 다녔으며, 폴란드 민주화의 일등공신인 연대노조 운동에도 함께 가담했다. 공산정권 붕괴 후 실시된 첫 자유선거에서 둘은 나란히 의회에 진출했다.

연대노조 지도자로서 폴란드 대통령을 지낸 레흐 바웬사와 절친한 사이다. 바웬사의 측근으로 활동한 레흐는 1990년 바웬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안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2001년 PiS당 창당을 주도했으며 다음해 바르샤바 시장에 당선됐다.

야로슬라브는 급진적 도덕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8월 연대노조 창설 25주년 기념식에서 도덕적 혁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연대노조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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