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청, 무료급식 전용 '밥퍼 식당'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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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길에서 밥을 지어 퍼주고, 이 밥을 그대로 받아 길에서 웅크린 채 한 끼를 해결한다. 대부분의 도심 무료급식 모습이 이렇다. 그런데 대구의 한 구청이 ‘길바닥 무료급식’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도심 무료급식만을 위한 전용 건물을 만들면서다.

 류한국 대구 서구청장은 6일 “4월까지 예산 6억원을 들여 서구 북비산네거리 일대에 무료급식 건물인 가칭 ‘밥퍼 식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구청은 북비산네거리 일대의 단독주택을 돌아보고 있다. 한번에 60~7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다. 주택을 구입하면 곧바로 내부 전체를 뜯어내고 식당처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식탁도 차리고 무료급식 봉사단체들이 계절과 상관없이 밥을 늘 지을 수 있도록 조리실도 만들 예정이다.

 서구에 이런 무료급식 전용 건물이 들어서게 된 것은 서구가 거주 인구 대비 저소득층이 대구에서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전체 인구는 21만여 명. 이 중 매달 구청에서 생활비를 지원해야 밥 한끼를 챙길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는 9165명이다.

 특히 무료급식 전용 건물이 들어설 북비산네거리 일대는 서구의 대표적인 빈촌이기도 하다. 무료급식 봉사단체인 ‘사랑해 밥차’는 5년 전부터 이 일대에서 매주 한차례 무료급식을 해왔다. 양무리 봉사단과 대구서구여성봉사회도 돌아가며 무료급식 봉사를 했다. 이들 단체의 급식이 있는 날은 늘 300명 이상 긴 줄이 생겼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서구청은 이들 3개 단체의 길바닥 무료급식이 미관상 보기 싫다며 급식 중단을 요구했다.<중앙일보 지난해 9월 19일자 24면> 하지만 이후 시민들의 비판이 일자 구청은 무료급식 전용 건물을 새로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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