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싸우고 또 싸우는 신예들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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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장면1

장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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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거칠다. 힘이 지배하는 전투바둑이 주류이기에 힘의 대결에서 밀리는 것은 곧 낙오를 의미한다. 예선 16개 조 중 G조는 한국 유망주들이 중국과 일본 기사들을 압도했다. 온소진(19) 2단, 진동규(19) 2단, 김지석(16) 2단, 홍기표(16) 초단 등 한국의 10대 기사들이 본선 구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아 심혈을 기울여 싸웠다.

이 중 온소진과 김지석이 결승에 올라왔다. 김지석은 외국 기사들을, 온소진은 진동규와 홍기표를 차례로 꺾었다. 온소진과 김지석은 권갑룡도장에서 매일 만나는 동문이다. 지금까지 두 번 대결하여 온소진이 2연승했는데 세 번째 대결은 어찌 될까.

<장면1>=58과 59로 서로 지켜 1차 접전이 끝났다. 이 결과는 중앙을 차지한 흑의 우세. 백의 김지석 2단은 서둘러 60으로 흑 모양을 삭감해 왔다. 흑은 A로 두어 대모양을 펼치는 것도 유력한데 온소진은 좋은 형세를 감안해 61로 받았다. 그러나 순간 터져나온 62의 잽이 아프다.

'참고도'흑1로 받는 것이 보통이지만 백 귀가 선수로 굳어지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다.

<장면2>=흑의 온소진은 63으로 헤딩한 뒤 65로 끊어버렸다. 백도 66, 68로 강경히 맞선다. 69는 이 한 수. 이리하여 백 70의 빵때림으로 방대하던 중앙 흑모양은 초토가 된다. 그러나 흑의 노림은 따로 있다. 71로 파고들어 백 귀를 뭉개면서 이곳 백 전체를 잡아버리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신예들의 바둑이다. 힘과 기세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상전벽해의 대변화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과연 백 대마의 생사는 어찌 될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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