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갚는다고 2년 6개월 감금

중앙일보

입력

빌린 돈 3000만원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50대 남성을 수년간 감금·폭행한 40대가 붙잡혔다.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6일 청주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자 이모(48)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감금을 방조한 이씨의 부인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자신이 빌려준 3000만원을 갚지 않는다고 2008년 5월 채무자 A씨(57)를 차량으로 납치해 청주시 서원구의 한 사무실에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씨는 감금상태에서 A씨를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 등으로 수 차례 때리고, 돈을 갚지 않거나 도망치면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협박했다. A씨는 같은 해 9월 탈출에 성공했지만, 2012년 10월 이씨에게 붙잡혀 또다시 감금됐다.

그 해 9월 A씨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사무실을 빠져 나와 서울로 도망쳤다. 하지만 가족들을 살해하겠다는 이씨의 협박에 신고하지 못했다.

4년 뒤인 2012년 10월 A씨는 다시 이씨에게 붙잡혀 그의 집 옥상에 감금됐다. 이씨는 A씨와 그의 딸 명의의 유령 법인 2개와 개인사업자 명의를 등록해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 수수료를 가로챘다. A씨는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지인들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해 수배가 된 상태였다.

감금돼 있는 동안 A씨는 플라스틱 용기에 용변을 해결했다. 샤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김밥 1줄과 컵라면 1개로 하루 끼니를 때우곤 했다. A씨는 2012년 12월 재차 탈출을 시도했다. 가족들 걱정에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A씨는 지난해 12월 초 자신의 큰 딸(26)에게 "살려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목숨을 걸고 신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 내용을 토대로 추적한 끝에 지난해 A씨를 구조했다. 검거 당시 A씨는 얇은 점퍼 하나에 옷조차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 매우 마른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A씨와 함께 생활했을 뿐 감금이나 폭행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