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교동창생「동정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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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던 고교시절 친구가 대입낙방과 애인변심등을 비관해 자살을 해버
리자 단짝으로 지내던 다른친구가『친구의 죽음은 그를 보살피지 못한 나의 책임』 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뒤따라 자살했다.
자살한 김운찬군(20·무직·서울면목동1049의706)과 양동인군(21·무직·서울장안2동58의
1)은K공고 동기동창들.
김군은 지난5일하오10시20분쯤 서울 신길7동1367의1 전철아파트 5층옥상에서 15m아래로
투신자살했다.
경찰조사결과 김군은 지난해 고교를 졸업, 대학입시에 실패, 1년을 재수했으나 금년에 또
낙방한데다 콘텍트렌즈를 끼고도 시력이 0.4정도로 지독한 근시인것을 고민해왔다는것.
김군은 또 고교3년때사귄 애인 이모양 (20)으로부터 무안을 당하기도했다.
5일 하오2시30분쯤 이양을만났으나 『네 처지를 알고 덤벼라. 더이상 만나지말자』 며 돌
아섰다는것.
김군은 이양마저도 자기곁을 떠났다는 충격에 술을 마시고 투신자살한 것이다.
김군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양군은 『나의 한팔이 잘려나갔다』 며 매일술을 마셨고
『내가 돌봐주었어야 했는데 결국 내가죽인거나 같다』 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는 것이다.
김군이 죽은지 19일째되는 24일 상오 10시10분쯤 양군은 자기집에서 극약을먹고 신음중인
것을 누님 양순자씨 (34) 가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그가 죽기전 노트에 쓴글에는 『순수한 너는 그런 고통을 맛보아서는 안되는데 지금도 어
두운 거리를 배회하고 돌아왔겠지. 찬이를 죽인건 나다. 모든 걸포기하고싶다』고 되어있다.
양·김군은 고교1년때 짝이된것을 계기로 형제처럼 가까웠는데 둘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친구도 적은편이었다.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밑에서 어렵게 지내는 양군은 친구가죽자 고교시절 함께 찍은 사진
을 김군의 빈소에 걸어놓고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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