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사설] 한국형 재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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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세 자녀 중 맏이다. 조부인 고 조중훈 회장이 중공업, 금융, 항공, 해운 등으로 기업을 확장해 현재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재벌은 사전적으로 ‘재계에서 큰 세력을 가진 독점적 자본가나 기업가의 무리, 또는 일가나 친척으로 구성된 대자본가의 집단.’ 혹은 ‘거대 자본을 가진 동족(同族)으로 이루어진 혈연적 기업체군’이라고 정의한다.공정거래법에서는 재벌을 ‘대규모 기업집단’이라고 부른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귀속재산 불하, 마카오 밀무역, 미국의 원조물자, 낙하산식 융자에 의한 금융특혜, 차관 도입 등으로 한국형 재벌의 바탕을 마련했다.

삼성, 럭키금성, 삼호, 대한전선, 쌍용 등 많은 기업이 탄생했다. 이후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착수되면서 공업화가 추진되었다. 70년대는 경제규모가 확장되고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일부 건설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하며 한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현재는 삼성과 현대, 엘지(LG)와 에스케이(SK)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형 재벌은 우리나라 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통해 커다란 기여를 하였고, 규모의 경제를 가져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시대에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배경으로 하여 부의 독점, 시장의 독과점, 외부자금에 의한 문어발식 투자 등의 문제를 노출했다. 재벌은 한국 경제의 바탕을 이루고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회, 경제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채 경영체제가 세습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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