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화 이후-「학생다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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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인서 <경기도 성남시 태평2동3053>
『교복자율화로 다른 친구들은 사복을 입고 등교하고 있으나 우리는 가정형편상 사복을 사입지 못해 옷을 훔치기로 했었다』는 내용의 『여중생 자유복 강도』제하의 최근의 신문보도는 단순히 보아 넘길 수 없는 참으로 충격적인 문제제기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중·고등학교에 나란히 다니는 우리집 애들만 해도 『마음에 드네, 안드네』하면서 한동안 부모들을 몹시도 괴롭혔었다.
하루는 좀처럼 승부가 나질 않는 끈질긴 시비와 실랑이 끝에 아이들 스스로가 시장에 나가 옷을 사입기로 하는등 온통 법석을 떤 일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늘 검소하고 실용적인 학생다운 옷차림을 권장하고 이를 적극 계도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학생들은 「개성추구」라는 안목에서 이것저것 자유스럽게 옷을 사입고 싶어해 간혹 거기서 도를 지나치면 본의 아닌 사치성으로 흐르게될 우려마저 없지않다.
이대로 나가다간 언젠가는 우리집 아이들마저도 공연히 옷을 시샘하게 되는 그릇된 풍조에 빠져 혹 못된짓(?)을 하게되지나 않을까 자뭇 걱정이 앞서기까지 한다.
곽만섭 <전북 전주시 중노송1가 208의25>
하루는 시장입구에서 중학교2학년쯤 되어 보이는 손녀딸이 할머니에게 고급옷을 사주지 않는다고 울면서 화를 내고 할머니는 교복자율화 때문에 손녀딸이 옷을 사달라고 졸라대 못살겠다고 하는 것을 목격한 일이 있다. 같은 중·고교생 자녀를 둔 가정으로서 웃고 넘길 일이 아닌 듯 싶었다.
학교 당국에서는 철저한 학생풍기 순화와 사치스런 복장은 하지 못하도록 지도계몽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이찬구 <충남 대전시 중구 장대동 160의2)
교복자율화는 일단 성공했다고 보나 가장 아쉬운 것은 남녀의 특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이 오히려 청바지 계통을 즐겨 입고 남학생들은 또 여자용 같은 웃옷이나 T셔츠를 의외로 많이 입고 있다. 최소한 동교복과 외출복의 구분쯤은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고 디자인 못잖게 색상을 선택하는 지도도 필요할 것 같다.
최규연 <전남 고흥군 도양읍 녹동>
나는 상가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다. 학생복 자율화의 물결에 편승, 새로운 패턴의 옷을 많이 들여다 놓았고 학부형들이 몰려와 수입은 보통때와는 달리 좋은 편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가게에 올 때마다 유명상품 옷들을 찾고 있다. 준비되어 있을 때 그들은 좋아하지만 없다고 하면 무척 서운한 표정들이다.
어제 오후였다. 두 여학생이 TV에서 보았다며 모 상표의 청바지를 찾았으나 없음을 알고 꼭 갖다 놓으라고 한다.
이런 경우가 한두번은 아니나 대개는 실용적이고 값이 싼 옷들을 찾고 있지만 일부는 비싼 옷을 사가고 있다. 청소년들이 비싼 옷을 즐겨 입는다면 사치성에 물들까 걱정된다.
강현준 <서울 동대문구 면목7동 620의45>
교복자율화 덕분에 사복을 입게된 학생이다. 처음 사복을 입었을 때 이전보다는 좀더 어른스러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또한 97년 간이라는 긴 세월 동안을 교복을 입어왔다는 말을 듣고서 교복자율화가 왜 빨리 시행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교복이 자율화 됐다 해서 사치스런 옷이나 나쁜 복장을 착용하지 말았으면 하며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1학년인지, 2학년인지, 3학년인지 구분하기 무척 힘이 든다. 비싼옷을 입었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학생은 어디까지나 학생답게 행동해 나가는 것이 학생의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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