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점 서비스가 혁신 방해 … 데이터 공개해 경쟁 촉진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08호 14면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의 결정으로 정부 3.0의 방향이 명확해졌다. 정부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민간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제공해 온 서비스 중 상당수가 축소·중단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당장 서비스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권헌영(사진) 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 교수는 “중단하면 당장 불편이 예상되는 서비스는 민간에 기술을 이전하고 공공 데이터를 적극 개방해야 한다”며 “수요가 있는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민간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헌영 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 교수

-정부 3.0을 어떻게 평가하나.
“부처별로 시각차가 있어 일부 혼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취지를 금방 이해한 쪽은 정리가 됐는데, 준비가 덜 된 부처도 있었다.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저항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동안 자기들이 관리해 왔던 정보를 갑자기 준다는 데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작용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정리가 될까.
“공공데이터전략위의 결정대로라면 국토교통부의 3D 지도 서비스 ‘브이월드’, 기상청의 ‘동네예보’ 등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는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데이터 개방만 잘해도 지금까지 시장에서 없던 서비스 중 수요가 있는 것은 알아서 성장할 것이다.”

-정부 직접 서비스가 바로 없어지면 혼란이 생기지 않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폐지하기보다는 민간에 기술 이전을 통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날씨 애플리케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포털업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처럼 플랫폼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게 할 수도 있다.”

-정부가 양질의 서비스를 한다면 굳이 민간에 넘길 필요가 있나.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관(官)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서비스 혁신이 느릴 수밖에 없다. 담당자가 바뀌면서 서비스 수준이 들쭉날쭉할 수도 있다. 그러니 서비스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반대로 민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 불편사항 때문에 활용이 안 되면 회사가 망한다. 망하지 않으려면 서비스를 혁신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뭔가.
“예전에는 정부가 데이터 제공에 소극적이다 보니 접근성을 확보하는 게 곧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형태였다. 소위 정보 입수를 잘하는 분들만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구조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누구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 경쟁을 촉진시켜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정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어떤 양상인가.
“미국과 영국도 정부가 데이터를 적극 개방하되 관 주도의 서비스는 줄이는 추세다. 미국은 정부가 어느 정도 서비스를 할지 민간과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한다.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