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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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는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도 해박한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것, 2차 대전 후 프랑스와 독일처럼 중국과 일본도 서로 화해하고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한국이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강국들을 설득해 통일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ㆍ북한 관계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동ㆍ서독 간의 ‘벽 허물기’와 같은 남ㆍ북한 간의 통합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독일이 뭘 했는지를 보고 하나하나 따라하는 것도 방법이다. 독일 통일은 동독 내부의 변화 요구가 분출한 측면도 있지만 주변 강국들이 합의점을 도출하고 그것을 공동으로 꾸준히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처럼 북한 내부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한국이 통일 모멘텀을 일으키고 국제 사회에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디어의 투명성, 새로운 기술의 발전 등이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에도 불구 중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한국을 보며 미국이 한국을 의심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나오고 있다. 한국 안에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아탈리는 '중국은 로컬 파워, 미국이 유일한 수퍼파워'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의 부상이 세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아무리 커도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을 상대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아탈리는 또 한국이 미·중 관계에만 얽매이지 말고 유럽연합(EU)·러시아 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은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지만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과 동맹 관계다.
“유일한 수퍼파워는 미국뿐이다. 중국은 계속해서 지역 파워에 머물 것이다. G2 회담도 세계적인 여파가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역적 의미에서의 미ㆍ중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다. 나는 한국이 조율자로서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한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미ㆍ중 관계가 악화됐을 때도 한국은 두 나라와의 관계를 각각 강화해 왔다. 한국이 이런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파트너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나 EU와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나는 한-EU 관계 발전을 위해 나의 컨설팅회사 아탈리&아소시에의 사무소를 서울에 설립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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