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의 원유가인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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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원유가격의 인하, 생산쿼터조정에 합의함으로써 세계경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원유가격의 인하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으나 OPEC는 이례적으로 11일간의 회의를 거친끝에야 의견을 모을수 있었다.
만약 OPEC가 새로운 원유가체계와 생산쿼터책정에 실패할 경우, OPEC자체의 존립은 물론이고 세계석유수급정세는 걷잡을수 없는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었다.
OPEC석유상회의가 최종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는것은 각회원국의 이해충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OPEC의 기능은 인정한다는 의사표시로 해석할수있다. OPEC가 기준유가를 배럴당 34달러에서 29달러로 5달러 인하한것은 세계원유수급시점에 비추어 불가피한 선택일수밖에 없었다.
79년 제2차 오일쇼크이후 세계경기의 침체, 대체에너지의 개발, 석유소비억제, OPEC비회원산유국의 생산총가동 여리가지 요인으로 인해 세계원유시장은 공급과잉상태에 있었다.
그래서 현물시장가격은 이미 배럴당 30달러이하로 거래되어 기준유가의 실세접근은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유가인하압력에 직면하자 지난달 18일 영국의 북한산원유가 배럴당 33·5달러에서 30·5달러로 내려갔고 뒤이어 OPEC회원국인 나이지리아가 배럴당 35·5달러에서 30달러로 내리기에 이르렀다.
나이지리아의 독자적인 유가인하조치는 OPEC의 가격재조정을 촉구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지난 1월23, 24일 이틀간 열렸던 OPEC석유상회의가 결렬된 원인의 하나가 바로 나이지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의 가격차이를 어떻게두느냐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산원유는 영국 북한산원유와 비슷한 양질의 것으로 사우디아라비아산과는 최소한 1·5달러 내지 3달러를 더 받아야만 가격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나이지리아산의 30달러는 기준가격의 유종인 사우디아라비아 경질유가 30달러이하가 되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OPEC내의 가격분규외에 가격인하를 하지않을수 없었던 근원적인 이유가 몇가지 있다.
대체에너지와의 상대가격을 무시한 제2차 오일쇼크인후, 세계원유생산량은 79년의 하루 6천2백80만배럴을 피크로해서 82년에는 5천3백만배럴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그러나 3년간 비OPEC산유국의생산량은 계속 증가하여 세계원유시장을 파고들었다.
74년 OPEC의 원유생산량은 세계생산량의 54· 8%를 겸했었으나 작년에는 35·1%까지 떨어졌다. 0PEC의 생산조정능력이 줄어든것이다.
그에따라 OPEC산유국도 경쟁적으로 덤핑판매에 들어갔다.
OPEC회원국의 대부분은 재정필요자금을 책정해놓고 생산·판매를 하고있기 때문에 할인판매를 강행했던것이다.
이번 OPEC회의가 회원국유종간의 가격차이문제, 생산상한선 결경문제등으로 난항을 거듭한 원인을 알수있게한다.
OPEC는 마지막으로 생산상한선을 하루 1백만배럴 줄인 1천7백50만배럴로 결정하여 어려운 고비를넘겼다.
그러나 현재의 생산수준, 가격하락에서 오는 수인감소등을 감안할때 생산쿼터결정은 큰뜻이 없을것이다.
OPEC생산량은 그동안의 국별쿼터에도 불구하고 작년l2윌중에는 하루 1천9백67만배럴을 생산했다가 지난1월에는 1천5백95만배럴을 생산하는등 시장수요에 맞추어 흔들거리고있다. 특히 이란, 나이지리아등 외화부족현상에 직면하고있는 강경파들이 쿼터를 지켜줄지는 의문이다.
원유가격의 연화는 그동안의「오일사이클」 동향을 분석할때 국제적인 돌발사건이 일어나지않는한 앞으로 적어도 5년간은 지속될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둔화로 경기회복책의 동원을 가능케 할것이며 세계교역면의 증대를 결과할것이다. 한편으로는 세계자금순환경로의 변화, 중동특수의 감소등 역오일쇼크도 예상된다.
그보다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석유의 상대가격하락으로 대체에너지의 경쟁력이 약화하여 에너지소비구조의 재편성이 을수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반적인 산업재편의 진통을의미한다. 이 산업재조정과정을 가능한한 빨리 단축하는것도 세계경제에 주어진 과제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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