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이든 통·통 회담이든 … 형식 관계없이 대화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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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고위급 회담’ 신년사 이후 남북 간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기 위해 북한이 안을 주면 장관급 회담을 의미하는 고위급 접촉이든 통일준비위원회와 (북한) 통일전선부 간 회담이든 맞출 수 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대화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준비위원회의 ‘장관급 접촉’ 제안(지난해 12월 29일)→김 제1위원장의 ‘최고위급 회담’ 언급(1일)→우리 정부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대화 가능’ 언급(2일) 등 보이지 않는 대화는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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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보다 대화 타이밍에 무게=정부는 이번엔 대화 형식보다는 대화 타이밍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남북 대화 재개시점은 1월 내가 목표다. 2월 말 한·미 연합훈련(키 리졸브·독수리연습)이 예정돼 있어 그 이전에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신년사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만큼 훈련 뒤에는 대화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위 당국자는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지난해 2월 고위급 접촉을 한 것 말고는 우리 뜻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며 “ 접점을 맞춰 보는 기회를 가지면 남북 관계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2일 신년 시무식에서 “올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의 20~30년이 결정될지 모른다”고 대화시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북한이 15일을 전후해 2차 고위급 남북 대화 제안을 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끝난 뒤인 1월 16일 국방위 명의로 상호 비방 중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및 이산가족 상봉 협상 등의 ‘중대 제안’을 해 왔다.

 ◆이산가족 ‘전방위 의제화’=북측의 호응으로 1월 중순에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경우 대화 의제는 ‘정상회담’부터 정치·군사 문제 등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취해 온 ‘쉬운 문제부터 풀어간다’는 기존 접근법과 다르다. 정부는 ▶언어·민족문화유산 보존 ▶스포츠 교류 ▶이산가족 생사 확인 ▶비무장지대(DMZ) 생태계 공동조사 등의 소프트 의제를 선호하지만 북한은 최근까지 대북 전단 문제와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 중단 등을 요구해 왔다. 북한은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부분별 회담’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관심사를 따로 해결하겠다는 포석을 깔았다.

그 중간지대에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를 놓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남북 간의 대화가 막힐 경우 이산가족 상봉이 물꼬가 돼 대화가 다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경우도 인도적인 명분이 있는 이산가족 문제가 먼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적 ‘유연화’=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중요한 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단 대화 테이블부터 마련한 뒤 문제를 조율해 가자는 것이다. 북한의 대화 전제조건들에 대해서도 “회담이 열리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며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북핵 등 대북 문제 전체에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적용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화 방식도 비공개 접촉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을 상정하고 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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