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포프가 본 세계」-영 국제문제분석가 「니컬러스·워프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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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련의 눈에 비친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영국의 국제문제분석가인 「니컬러스·워프쇼트」씨는 최근 발표한 『「안드로포프」가 본 세계』란 제목의 글에서 소련입장에서 짚은 국내외정세와 앞으로의 정책구상을 「안드로포프」의 1인칭 서술형식으로 풀어썼다. <편집자주>

<서유럽>
유럽의 자본주의 정권들은 아직 대오각성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가 서구정부들을 제쳐놓고 국민들에게 핵무기의 위험을 직접 호소한다는 우리의 정책을 취하는건 이때문이다.
▲영국=철의 여재상 「대처」가 남아있는한 영국은 미국의 핵모험주의를 지지할 것이다. 반면 다음 총선에서 노동당이 이긴다면 우리에게 유리해질 것이다. 노동당정권은 나토동맹에 별 열의가 없고, 일방적 군욕을 주장할테니까.
▲서독=지난번 총선에서 우리는 미국미사일의 유럽배치를 반대하는 반핵세력 녹생당이 정권의 향방을 결정할 캐스팅보트를 쥘수 있을 만큼 득세하기를 바랐다. 이 희망은 절반쯤 이뤄진 셈이지만, 사민당의 패배는 우리에겐 타격이다.
이때문에 유럽의 여론을 대상으로한 선전전에서 우리가 그동안 따놓은 점수가 위협받게됐다. 새로운 전략을 빨리 구상해야될 것이다.
▲프랑스=「미테랑」의 사회당정부는 예전 「지스카르」정권보다 훨씬 마음에 안든다. 특히 「에르뉘」국방상은 평화운동을 부채질하는 우리의 저의를 비난하는등 곤란한 인물이다.「마르셰」공산당수는 이제 한물간 듯.
▲이탈리아·스페인=이 나라들의 공산당이 주도했던 유럽커뮤니즘이 시든건 다행스런 일이다. 이들 공산당들은 부르좌 민주주의 방식으론 집권할 가능성이 없음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아시아>
▲중공=지난 몇년동안 소·중공관계는 양쪽 모두에 헛되고 비생산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장례식때 마음먹고 중공대표들과 악수를 나눴다.
중공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우리는 서방에 대해 중·소 국경지대에 배치돼있는 SS-20중거리 미사일등을 서구쪽으로 돌려 겨냥하겠다고 엄포놓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상호군축을 요구하면 미국은 거부하고 나설 것이고 유럽인들의 대미반감은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중공과의 화해가 매듭지어진다는건 아니다.

<중동·이슬람권>
▲아프가니스탄=79년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을 군사지원키로 했을 때 다행히도 나는 이 문제에 관한 내자신의 견해는 밝히지 않았던 덕분에 이제 철군구상을 내놓는다해도 체면이 깎일 염려는 없다.
물론 무턱대고 철수할 수는 없다. 「브레즈네프」장례식에서 「지아」파키스탄대통령에게 말했듯이 파키스탄은 이웃 아프가니스탄에 간섭할 생각을 버려야한다.
▲이란=회교 아야톨라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떻든 미국에 반감을 갖고있음은 확실하니까 우린 그점을 이용해야한다. 우리와 이란은 혁명국가란 공통점이 있음을 강조해야할것이다.
▲인도=「간디」여사는 우리의 아프가니스탄개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인도와 우리는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있다.
▲아랍세계=아랍나라들중 지금 소련과 가까운건 리비아·시리아·알제리·남예멘등 2진에 속하는 나라들 정도다.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구애하고 다닐 수도 없다. 그러다가 실패한 적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적들에 피해를 주기위해 아랍인들을 이용하는 정책도 앞으론 보다 신중하게 손익을 계산하면서 펴나가야 할 것이다.

<아주·중남미>
아프리카친구들은 우리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린데다 대체로 믿을만한 맹방이 못된다. 유엔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표결했을 때 아프리카 50개국중 우리편을 들어준 나라는 세나라뿐이었다. 그런만큼 이 지역에서의 정책은 미국세력의 진출을 막는데 중점을 둬야할것이다.
▲모잠비크=유엔에선 우리를 충실히 지지해왔지만 요즘들어 대외관계를 다변화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있다. 우리의 원조계획이 보다 성공적이었다면 이런일은 없을텐데.
▲앙골라=대표적 성공사례. 쿠바친구들 덕분이다. 이런 대리개입방식은 우리 이미지를 지키는데도 좋다.
▲인도양=「고르시고프」원수가 인도양에 배치한 함대는 우리의 아프리카정책수행에 뗄수없는 요소다. 마다가스카르·세셸·모리셔스등 이 지역 섬나라들은 모두 우리함대를 환영하고 있다. 계속 이들의 환심을 사도록 노력할 일이다.
▲중남미=우방을 찾기가 쉽지않다. 그러니까 이것저것 가릴것 없이 줄을 댈 수 있는 나라면 대놓고 본다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같은 독재국가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나마 전면적 지원같은건 생각도 할 수 없다.
칠레의 「아옌데」도 지켜주지 못하지 않았던가. 중미지역에선 쿠바가 니카라과를 돕고 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등지의 혼란을 조장하는등 일을 꽤 잘해주고있다. 그렇지만「카스트로」동지는 잘 지켜봐야할 인물이다. 너무 커버릴수도 있으니까. <인터내셔널·헤럴드 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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