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선장 없이 표류 … 프랑스는 유럽헌법 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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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독일 총선으로 유럽연합(EU)의 앞날이 더 험해졌다. 유럽의 견인차인 독일의 불투명한 정세, 그로 인해 불확실해진 개혁이 EU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치가 빨리 제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EU의 위기는 심화될 것"이라고 일간 르 몽드가 20일 전망했다. 독일과 함께 EU를 이끌어 온 프랑스는 5월 말 유럽헌법에 관한 국민투표가 부결된 이후 EU의 구심점 역할을 거의 상실했다. 설상가상으로 EU는 회원국 확대, 예산 분담 등 연말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 "독일 없이 EU 없다"=독일 총선 결과는 개혁과 성장을 기대해 온 유럽 지도자들을 실망시켰다. EU 행정을 총괄하는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19일 "역동적인 독일 없이는 유럽이 다시 일어날 수 없다"며 "독일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안정적 해결책을 찾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EU 25개 회원국이 경제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경제의 엔진인 독일의 정치적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의 사회당 그룹 지도자인 풀 니룹 라스뮈센도 "유럽 최대 국가의 정국 불안은 누구에게도 좋은 뉴스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독일 정국의 불확실성은 당장 다음달 3일 시작될 예정인 터키의 EU 가입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당수는 터키의 EU 가입에 반대했다.

반면 사민당은 터키의 EU 가입에 찬성했다. 모호한 선거 결과에 따라 독일의 입장이 어느 쪽으로 정리될지 불투명하다. 6월 정상회의에서 합의하지 못한 공동농업정책(CAP)과 예산 분담금 문제 역시 독일 입장에 따라 향방이 달라지게 생겼다.

◆ EU를 잊은 프랑스=국민투표로 유럽헌법이 거부된 뒤 프랑스에서 EU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재투표도 가능하지만 일러야 2007년 대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관심은 벌써 대선에 쏠리고 있다. 그 사이 유럽헌법 반대파들이 늘고 있다. EU의 지주 역할을 자임해 온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영향력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 대안 없는 리더십=두 나라 외 대안은 별로 없다. 국력과 영향력에서 현재 순번 의장국을 맡고 있는 영국이 최적의 대안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영국을 '미국과 유럽의 중간자'로 간주한다. 유럽의 리더로는 곤란하다는 여론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몇몇 후보가 있으나 독일.프랑스에 비해 여러모로 빈약하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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