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박정아 "2015년은 우승의 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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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의 쌍두마차인 김희진(23·1m85㎝)과 박정아(21·1m87㎝)에게 2014년은 보람이 있으면서도 아쉬운 해였다. 2013-2014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GS칼텍스에게 우승을 내줬다. 대표팀에서는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소속팀 합류 뒤 지난 시즌보다 부진한 경기력을 펼치기도 했다.

그래서 1일 화성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은 중요했다. 새해 첫 날, 후반기를 시작하는 첫 경기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김희진은 속공(2개 성공/5개 시도)과 이동공격(5/9)은 다소 저조했지만 결정적일 때마다 오픈공격(3/4)을 꽂아넣으며 15점을 올렸다. 박정아도 데스티니(29점·공격성공률 40.3%)가 썩 좋지 않은 상태에서 13점(공격성공률 34.5%)을 올리며 뒤를 받쳤다.

두 선수는 대표팀 합류가 끝나자마자 쉴 틈 없이 합류해 시즌 초반 고전했다. 박정아는 "솔직히 아쉬웠고, 경기가 생각만큼 잘 안되서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도 전반기 끝나고 휴식기간이 있어서 생각을 바꿔보려고 했다. 전반기보다 더 잘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정철 감독의 불호령도 "무관심보다는 혼을 내는 게 낫다고 하더라. 김독님도 애정이 있어서 그러시는 거니까 잘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희진은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4년간 팀을 이끌던 세터 이효희(도로공사)가 떠나면서 베테랑 김사니(34)를 영입했다. 대표팀에 있느라 김사니와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박정아는 "그런 부분도 있다. 사니 언니의 공이 어떤 스타일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훈련을 많이 하면서 잘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터와의 호흡이 더 중요한 미들블로커 김희진도 동감했다. 그는 "아무래도 측면공격수들보다 어려웠던 것 같다. 효희 언니랑 4년을 맞췄기 때문에 속공은 어려웠다. 경기 중에도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그래도 전에는 70%가 안 좋았다면 이제는 30%로 줄었다. 우리는 훈련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올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는 흥미로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과 기업은행, 도로공사, 흥국생명이 매일 순위가 바뀌는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팬들의 관심이나 시청률도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정아는 "굳이 순위표를 보지 않아도 '아, 오늘 누가 1위가 됐구나'라고 한다"며 "선두 다툼이 심하니까 선수들도 지난달 25일 인삼공사전에서 이겼지만 하루 반만 쉬는 걸 받아들였다. 선수들끼리도 초반보다 좋아졌으니까 뭉치자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국내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매우 크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강한 팀이 될 수 없다. 이정철 감독도 그래서 늘 김희진과 박정아에게 '준비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김희진은 "감독님 말이 맞다. 데스티니가 점유율 절반 정도를 책임지고 나머지를 우리가 나누니까 20,30%다. 예전보다는 적다. 그러다 보니 완벽한 준비를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미룰 때도 있다. 하지만 데스티니가 안 좋을 때는 정아나 내가 책임을 더 지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박정아는 "그게 믿음"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의 2015년에 대한 각오는 똑같았다. 박정아는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있는 모습으로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진은 "지난해 마지막 날까지 부상에 시달렸다. 올해는 제 기량을 100% 발휘하고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성=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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