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91cm 이은석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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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성정아(17·삼천포여종고 2년)파문이 가라앉자 이번에는 스카웃불꽃이 이은석(18·선일여고2년) 에게 옮겨가고 있다.
1m84cm의 성정아는 이미 대기로 기량을 유감없이 과시한 반면 이은석은 여고선수최장신인 1m91cm로 앞으로「제2의 박찬숙」으로 성장할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있어 대조되고 있다.
초고교급스타 성선수의 그늘에 가려있던 이선수를 놓고 직물업계의 라이벌 코오롱과 선경이 그동안 조용히 줄다리기를 벌여오고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는 8일 드래프트 선발규정이 확정된 후 성선수가 동방생명으로 결정될 경우에는 태평양화학과 현대마저 뛰어들 움직임이어서 자칫하면 파문이 또한차례 소용돌이 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경의 임계삼감독은『이미 학교측과 어느 정도 합의가 됐다. 성정아의 스카웃파문을 지켜본 우리팀의 고위층에서도 이은석을 붙잡으라는 지시가 내려 그동안 성의를 다해 스카웃에 나섰다』면서 자신있는 태도를 보이고있다. 반면에 코오롱의 정주현부장은『우리팀은 지난해부터 학교측과 인연을 맺어왔다. 드래프트규정이 확정되면 모든 것을 매듭지을 요량으로 준비를 갖추어왔다』고 말하는등 두팀 모두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를 꺼리고있다.
이선수는 조실부모하고 할머니(강정희·71)와 여고를 올봄에 졸업한 언니등 가족이 모두 세식구여서 진로를 이제까지 키워준 선일여고 이선룡교장에게 맡기고 있다. 따라서 이선수의 스카웃은 성선수보다도 의외로 조용히 끝날 여지가 많다. 이선수는 불광동 단칸셋방에서 세식구가 끼니를 걱정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생활비도 미국으로 이민간 삼촌이 보내오는 실정.
한살때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잃고 6살매 어머니마저 돌아가셔 할머니밑에서 외롭게 자매가 자랐지만 성격은 활발하고 명랑하다. 선일여고의 이봉학농구부장은『이선수를 스카웃하려는 팀은 최소한 이세식구의 생활보장은 물론 작은 주택이라도 마련해줘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걱정을 주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 조그마한 바람이라면서 그러나『은석이 자신이 원하고 성장할 수 있는 팀에 보내는 것이 우선 조건이다』라고 말하고있다.
이같은 조건으로볼 때 이선수를 스카옷하는데는 본인의 생활보장과 선수를 육성할 학교측에 대한 보상, 그리고 실업연맹에낼 지원금(1천만원)등 최소한 6천만원 이상의 경비가 들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내다보고있다.
이선수는 현재의 체력이나 기량으로볼 때 김정련(현서울신탁은 트레이너)의 고1때보다는 뛰어나지만 박찬숙에 비해서는 뒤지고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선수는 당시의 박선수가 키1m86cm인데비해 5cm나 크지만 몸무게(72kg)등 체격이 빈약하고 꼴밑플레이등 슛이 뒤지고 있다.
특히 박선수는 고1때인 75년 콜롬비아세계선수권대회에 대표선수로 출전한 반면 이선수는 지난해 청소년대표로 뽑혀 겨우 벤치를 지켰을 뿐이다.
이선수는 지난겨울 팀훈련보다도 체력훈련과 개인기연습에 전력, 올봄 성정아와 한판승부를 겨루겠다고 투지에 넘쳐있다.
성현아와 함께 88서울올림픽의 꿈나무인 이은석의 스카웃은 조용히 마무리지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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