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포기 합의] NPT 복귀 … 16개 핵시설 사찰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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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상업 위성사진 전문회사인 디지털 글로브가 14일 공개한 북한 영변의 5MWe 원자로 인공위성 사진. 11일 촬영된 이 사진 아래편 냉각탑(화살표) 부근에 희미한 연기가 보인다. 미 정보 당국은 이 연기를 북한이 원자로에 핵 연료봉을 다시 넣고 재가동한 징후로 보고 있다. [디지털 글로브 AFP=연합뉴스]

북한이 2단계 4차 6자회담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사찰을 받고 핵을 완전히 폐기하기까지는 복잡한 과정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합의 내용이 너무나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데 불과하다.

우선 북한은 2003년 1월 6일 탈퇴를 선언한 NPT부터 복귀해야 한다. 그 다음에도 사찰→핵 활동에 대한 확인→핵 활동 결과물 소재 파악→플루토늄 등 핵 물질 폐기→핵 무기 폐기→원자로 등 핵시설 폐기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북한이 NPT에 복귀하게 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에 사찰관을 파견, 그동안 북한의 핵 활동을 점검한다. 그 대상은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과 우라늄 핵 프로그램 두 가지다. 플루토늄 관련 시설은 93년 신고한 영변의 5MWe 실험용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등 16개 핵시설이다.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한 뒤 두 차례나 5MWe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했다.

IAEA는 북한이 신고할 플루토늄 양과 재처리 회수 등을 토대로 북한이 확보한 플루토늄의 양을 계량하고, 북한이 얼마나 성실하게 신고했는지를 확인한다. 재처리하고 남은 사용후핵연료의 찌꺼기와 원자로의 운전기록을 분석하면 그 속에 포함됐던 플루토늄 양을 확인할 수 있다. IAEA가 북한 핵시설을 사찰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린다. 내년 여름은 지나야 사찰이 완료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힐 대표는 "우리는 북한 전역에서 핵시설들을 사냥하듯이 뒤지는 일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그런 시설들이(북한에 의해) 공개되고 신속하게 처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찰 다음 절차는 폐기다. IAEA는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을 먼저 폐기할 것이다. 플루토늄은 폐기 과정이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국제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플루토늄의 소재를 추적해 핵무기 제조에 사용됐을 경우 당연히 이를 폐기해야 한다. 사찰을 끝낸 5MWe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도 핵무기 개발에 다시 사용하지 못 하게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두 시설의 재산권이 북한에 있는 데다 '평화적 이용권'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어 이 시설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IAEA의 또 다른 사찰 및 폐기 대상은 우라늄 농축시설과 핵무기 제조시설 등 아직 신고하지 않은 시설이다. 설사 북한이 이와 관련된 시설을 신고하더라도 IAEA로선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라늄 농축시설과 핵무기 제조시설은 플루토늄 관련 시설과 달리 지하 등에 숨길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비밀스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찾아내 폐기해야 할 대상이다.

이러한 의심시설을 IAEA가 적극적으로 사찰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IAEA는 이를 위해 97년 새로 구축한 강화된 안전조치체제(SSS: Strengthened Safeguards System)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SS를 적용하면 IAEA 사찰관은 북한의 모든 핵 활동 및 핵물질이 있는 장소와 그와 관련된 정보에 접근, 토양 등의 시료를 채취해 핵개발 흔적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북한이 자존심을 삭이면서 얼마나 협조할지가 의문이다. 따라서 북한과 사전에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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