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식범의 소행" 추정| 풀 공장 7세 여아 피살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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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품을 노린 단순강도살인인가, 원한이나 감정에 의한 계획적인 범행인가.
1일 발생한 서울 면목6동 무지개 풀 공장 여아피살사건은 ▲반항이 어려운 7살 짜리 김미애양이 목졸려 살해된 점 ▲공장 앞에 세워둔 트럭 3대가 한꺼번에 도난 당했다가 이날 모두 서울시내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온갖 억측을 낳고있다.
경찰은 일단 3인 이상의 면식범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있다.
범인들이 공장내실에 침입, 책상서랍 등을 뒤지는 동안 잠에서 깬 미애양에게 들키자 평소 안면이 있는 범인들이 범행을 감추기 위해 미애양을 살해한 후 트럭을 몰고 달아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범인들이 단순히 금품이나 차량절취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
공장내부사정을 잘 아는 면식범이라면 평소 사장 김대활씨(42)가 현금을 공장내실에 일체 보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또 차량절취를 목적으로 했다면 이날 훔쳐 타고 달아났던 트럭들을 길가에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트럭 3대는 1일 공장부근·배봉로터리·화양고가도로 밑에서 각각 발견됨).
범인들은 왜 트럭 3대를 몰고 달아났을까.
경찰은 사장 김씨가 동업자간에 시기의 대상이 돼왔고 숨진 미애양의 아버지인 공장장 김준유씨(37)도 평소 종업원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불만을 품은 전 현직 종업원의 원한살인에 대한 수사와 함께 상대방 경쟁업소의 사주를 받은 범인들이 김씨의 공장트럭을 훔쳐내 사장 김씨를 혼내주려 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사장 김씨에 따르면 구정 다음날인 지난달 14일에도 공장 안에 세워두었던 서울8나6902호 엘프트럭이 공장에서 7백m가량 떨어진 면목어린이놀이터 입구에 버려진 일이 있었다는 것.
사장 김씨는 서울 시내에 있는 5개 풀생산공장 중 선두주자.
79년 현재의 슬래이트건물을 3백만원에 사들여 무지개 풀 공장을 세운 사장 김씨는 사무용·도배용 풀을 생산, 서울·경기일원에 팔아왔는데 81년부터 동업자간에 형성된 카르텔에 가입하지 않아 동업자들로부터 따돌림과 시기, 지탄의 대상이 돼왔다는 것. 이 때문에 사장 김씨는 동업을 하다 헤어진 A산업 송모씨로부터 27억원을 탈세했다는 고발을 당해 작년 9월 2천만원의 추징금을 물기도 했다.
모 김씨의 풀 공장이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월 7백만원가량의 매상을 올려 독주하다시피 하자 상대업체들이 풀생산기계의 특허제품 남용이라는 고소를 하는 등 분쟁이 끊임없이 일었다는 것.
또 공장장 김씨는 대구에서 운전사로 일하다 4개월 전 4촌형인 사장 김씨의 부름을 받고 상경, 공장장에 취임했는데 종업원들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 자주 다투기도 했다는 것.
전 종업원 장모씨(23)는 지난달 26일 근무태도가 불성실하다는 공장장 김씨의 꾸지람을 듣고 김씨와 싸운 후 공장을 떠나면서 『두고보자. 혼내주겠다』는 말을 남겼다는 것. <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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