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류 "선혈 낭자하더라도 新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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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민주당은 말 그대로 '한 지붕 두 가족'이었다. 전날 심야회의에서 비공식 신당추진기구를 띄우기로 하는 등 신당 밀어붙이기에 나선 신주류는 이날 구주류 핵심인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소집한 의원총회를 아예 보이콧했다.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대통령이 방미 중이고 화물연대 파업 등 현안이 있는데 당내 문제로 의총을 여는 게 적절치 않다"며 연기를 요청했으나 鄭총무가 "예정된 일정"이란 이유로 의총을 강행하자 불참했다.

이상수(李相洙) 총장도 "鄭총무가 당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표와 총장.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빠진 '반쪽 의총'은 신당 강행에 반발하는 구주류의 성토장이 됐다. 완연한 분당 조짐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사적 모임에서 당 운명 정하나"=동교동계.후단협.중도파 의원 40여명이 참석한 의총에서 鄭총무는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를 (신주류의) 사적 모임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는 것은 상당히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충조(金忠兆)의원은 "신당하자는 사람들은 구밀복검(口蜜腹劍.입에는 꿀을 바르고 있지만 배에는 칼을 감추고 있다)이다"라면서 "지금은 50년 법통과 정체성을 지닌 민주당을 강화하고 발전시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동교동계인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신주류가) 선거 때만 호남을 찾고 당선 후에는 탈(脫)호남을 주장하고 있는데 말이 되느냐"며 "지난 주말 부산에서 전두환(全斗煥) 밑에서 일했던 사람이 신당 운운하며 민주당 동지들을 비난할 때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중도성향 의원들이 중심인 '통합과 개혁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지난 주말 부산에서 탈호남 주장이 나왔는데 이야말로 지역주의 조장 행위이며, 盧대통령이 말한 잡초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姜의원 등 중도파는 ▶비공식 신당기구 반대▶신주류만의 워크숍 불참 입장을 밝혔다.

◆"선혈 낭자하도록 투쟁할 것"=개혁신당파인 정동영(鄭東泳).천정배(千正培).신기남(辛基南)의원 등 바른정치모임 소속 의원들은 오찬을 함께 하며 "오는 18일 5.18묘역을 참배,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정치개혁으로 이어받은 신당창당 보고를 드릴 것"이라고 신당 강행 의지를 천명했다.

千의원은 "깽판을 쳐서라도(민주당 해체를) 밀어붙이겠다"고 했고, 辛의원은 "정치는 근본적으로 권력투쟁이다. 선혈이 낭자하더라도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복당해야"=鄭총무는 CBS 라디오에 출연, "평화를 추구하고 개혁을 바라는 제 세력들이 하나가 돼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차원에서 중추 역할을 해온 김민석 전 의원과 같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복당 지지를 밝혔다.

이정민.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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