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정치 곁들여 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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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학생은 선생님과 성관계를 가진 일이 있는가?』
『학생은 성불구자를 배우자로 맞을 용의가 있는가?』『학생은 어머니나 아버지와의 성관계를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프랑스에서는 요즘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의식조사를 위한 설문서에 이와같은 내용의 설문이 등장해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의 항의소동이 일고 있다.
학생들의 효과적인 지도를 위해 갖가지 활동을 벌이고 있는 「행동 교육 계획」(PAE)이란 정부보조기관이 마련, 학교별로 실시하고 있는 이 학생의식조사는 섹스에 관한 설문뿐만 아니라 정치·가정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있어 정치적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가장 먼저 이같은 설문서가 학생들에게 배포돼 「설문서 스캔들」을 일으킨 르왕의 코르네유 중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대부분 답을 하지 못했다.
『학생은 성 경험이 있는가? 파트너는 몇 명이나 되나? 10명 이상인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지스카르」후보와 「미테랑」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했나?』
리옹의 쥘리에트-르카미에 중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2백 1개의 질문 중에는 또 이런 것들도 있다.
『사장집 딸과 노동자 아들간의 결혼은 가능한가?』 『호모섹스는 어떻게 생각하나?』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투쟁은 정치적인 것인가 아니면 반 유대주의 운동인가?』 『학생은 사회의 어느 계급에 속해 있다고 여기는가?』
이 밖에도 학생들은 병역의무에 대한 찬반, 자살이나 마약문제 등에 관해서도 아주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받았다.
대부분이 아직 미성년자인 이들 청소년에게 이같은 의식조사가 실시되자 학부모들과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범죄나 마약 복용, 자살에의 유혹, 계급의식 등을 조장하는 매우 위험스러운 처사라고 항의하고 즉각 이를 중지하도록 관계기관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문조사를 입안한 관계자나 이에 찬성하는 교사들은, 학생지도에 대한 상세한 지식으로 학생지도에 큰 보탬이 될 뿐아니라 곧 성인이 될 청소년들에게 사회에 대한 인식을 미리 올바르게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별로 학급에서 수업시간에 실시되고있는 이 의식조사는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아직 중단되지 않고 있다.【파리 = 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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