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철의 소설 『공중누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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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달의 소설중에는 최수철씨의 『공중누각』(우리세대의 문학 제2권) 강준희씨의 『미구꾼』(한국문학) 최상규씨의『겨울잠행』(현대문학) 등이 평론가들에 의해 주목 받았다.
최수철씨의 『공중누각』은 특이한 실험적인 소설이다. 일반적으로 소설이라고 알고있는것을 생각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즉 통상의 소설에서 보이는 스토리라든가 주제 혹은 메시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타나는 것은 바로 현재이고 과거나 미래의 이야기가 전혀 없어서 스토리가 없다. 주제로 나타나는 작가의 목소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공중누각』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술을 마시고 잠드는 한남자의 하루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은 의식·행동·느낌·관찰뿐이다. 최소한의 인물, 최소한의 상황전개 속에서 독자는 그 이면의 전개를 힘겹게 따라가야한다.
자기상실을 괴로와하고 있는듯한 주인공의 방황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다방에서의 행동이다. 즉 두터운 커튼에 가려진 암실같은 다방에 들어간 주인공은 어쩔수 없는 충동으로 커튼을 열어젖히고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게 하는데 이러한 행위는 즉각 레지에 의해 저지당한다.
그러나 이같은 행동도 주인공에게나 소설의 전체적인 구조속에 큰 중요성을 가지지 않으며 주인공은 곧 그일을 생각하지 않고 술집에 들러 술을 마시게된다. 술을 마시며 그가 하는 생각이란 『술병은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호리병같다』 『애초에 열어서는 안되고 일단 마개를 따고 나면 당한다』 등등의 것뿐이다. 주인공은 자기자신의 이슈를 포착할 정신적인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강준희씨의 『미구꾼』은 양반의 묘를 파헤쳐 시신과 돈을 교환하는 남사당패거리 우두머리의 이야기다. 양반과 남사당의 대결속에 억눌리는 것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꽉짜인 구성이나 서술이 아니면서도 감동을 주는것은 주제의 강렬함 때문이라는 평.
최상규씨의 『겨울잠행』은 패배한 자들이 갖는 공동체의식과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아픔이다. <도움말 주신분="김윤식·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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