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재조사 위한 특별법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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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작성된 지적도(地籍圖)를 고치기 위한 토론회가 14일 국회에서 열렸다.

'일제 잔재 청산과 토지 재조사를 위한 전문가그룹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지적 재조사 사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윤철 대구사이버대 교수(법무.부동산학과)는 "독립한 지 60년이 넘도록 일제가 만들어 놓은 낙후된 지적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전 국토에 대한 지적 재조사 사업을 실시해 더 이상 잘못된 지적도로 국민이 불편을 겪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유권.용도 등 상세한 정보와 사진을 담은 3차원 지적도가 도입될 경우 다른 선진국들에 앞선 첨단 기술 확보 효과도 있다"는 것이 백 교수 설명이다. 지적 재조사를 통해 첨단 국토정보망 구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재조사 과정에서 예상되는 소유권 분쟁 등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이종구 단국대 법대 교수는 "재조사 사업이 실시되면 개인 간 분쟁뿐 아니라 토지 경계 조정으로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간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001년 감사원은 지적 재조사 사업시 관련 소송 비용이 최대 17조원으로 예상된다며 행자부에 사업 재검토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석종현 토지공법학회 회장은 "분쟁조정제도를 만들어 행정기관에서 당사자 간 조정과 합의를 거치게 하면 과도한 소송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적도 오류로 해마다 10만건 이상 소송이 제기되고 있으며 연간 38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지적 재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현 지적도를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15년간 약 5조5000억원의 막대한 소송 비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소재선 경희대 법대 교수는 "땅은 개인 재산에 관련된 것이므로 재조사를 실시하면 관련 소송이 폭주할 것은 분명하다"며 "재조사 관련 분쟁을 전담하는 부동산신탁청을 별도로 만들어 보상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용희 국회 행정자치위원장, 공민배 대한지적공사 사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은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국가의 기초를 새로 다진다는 차원에서 지적 재조사 사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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