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회담] 첫 전체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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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회담 둘째 날인 14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첫 전체회의가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20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남북은 각각 북핵 문제와 통일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우리 측 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핵 6자회담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촉구했고,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통일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후 열린 대표 접촉에서는 북한의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우리 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평양 시내 대성산의 광법사를 방문한 데 이어 5.1경기장에서 북측이 준비한 아리랑 예술공연을 관람했다. 광법사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대 사찰로 북한의 국보급인 제164호 문화재며, 아리랑 공연은 2002년 4월 김일성 주석 90회 생일에 맞춰 공연된 대규모 집단예술(매스게임)이다.

◆ "한반도 평화 정착 필요"=정 장관은 이날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베이징에서 진행 중인 2단계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공동문건이 반드시 도출될 수 있도록 북측이 적극 호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장관은 "베이징 6자회담은 사실상 우리 스스로 우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는 최초의 역사적 기회"라며 "이번 6자회담에서 남북이 손잡고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게 역사가 부여한 소명이자 조상에게도 떳떳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측의 송전 제안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현재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구상"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우리 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정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양 면담 이후 복원된 남북 당국 간 대화통로를 북핵 문제 해결과 6자회담 합의 도출을 위한 창구로 적극 활용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남측은 이와 함께 남북 군사당국 간 대화(국방장관 회담)와 남북 상주연락대표부 설치, 공동 경제관리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설 등을 북측에 제안했다.

양측은 오후 2시30분부터 대표 접촉을 열고 양측이 제기한 공동보도문 초안에 대한 이견을 조율했다. 그러나 북측이 국가보안법 철폐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회담은 성과 없이 한 시간 만에 끝났다.

◆ "통일의 아리랑 만들자"=권 단장은 이날 오후 남북이 참관하는 아리랑 예술공연 이야기를 시작으로 회담을 이끌어갔다. 그는 "정 장관이 작사를, 내가 작곡을 맡아도 좋다"며 "과거 처량하고 슬픈 아리랑이었다면, 이제 통일의 아리랑을 겨레에게 들려주자"고 제안했다.

평양=공동취재단,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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