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쟁과 대안: 담뱃값 인상 논란

500원 추가 인상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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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담뱃값은 1994년 이후 일곱 차례 올랐다. 2원 오를 때도 있었고 가장 많이 오른 게 184원이다. 지난해처럼 한꺼번에 500원 오른 적은 없었다.

가격 인상에 불을 댕긴 사람은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김 전 장관은 2003년 5월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서명하고 돌아오자마자 담뱃값을 3000원으로 올리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우리나라 흡연율은 세계 1위며 청소년의 흡연도 늘어나고 있다"며 "청소년이 비싸서 담배를 피우지 못할 정도로 값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담뱃값 인상에는 재경부.농림부.교육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어 그 당시만 해도 담뱃값 인상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재경부 등 경제부처와 복지부,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논쟁이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지난해 11월 1000원을 올리되 그 해 12월과 2005년 7월에 나눠 올리기로 합의했다.

담뱃값 500원 인상 후 복지부는 성인 남성 흡연율이 지난해 9월 57.8%에서 6월 52.3%로 5.5%포인트 떨어졌다고 한다. 또 1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금연율이 올 1월 8.3%, 3월 9.7%, 6월 11%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25년간 금연 캠페인, 금연 구역 확대 등의 비(非)가격정책을 썼을 때 연평균 0.9%포인트만 떨어진 데 비하면 엄청난 효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KT&G와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인상 전인 지난해 12월 54.7%이던 성인 남성 흡연율이 올 6월에는 52.5%로 2.2%포인트 줄었다.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500원 추가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201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30%대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월 평균 담배 판매량이 가격 인상 전으로 돌아갔다"고, 같은 당 안명옥 의원은 "중산층 흡연율은 되레 올라갔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고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서민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추가 인상의 앞길이 험난할 전망이다.

신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