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복덕방」한 곳에|0순위만 30∼50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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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엄청나다』-. 서울 강남 투기지역의 부동산 거래현장을 둘러보고 온 국세청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세청은 지난11일 상오10시 조사요원 1백18명을 13개조로 편성, 개포동과 압구정동·반포·여의도·대치동 지역을 급습, 부동산 거래자료를 깡그리 뒤졌다. 대개의 업자들이 0순위 통장을 30∼40장씩 보유하고 있으며 통장 1개에 붙어있는 프리미엄만 4천만원을 홋가하고 있는 것도 밝혀냈다.
국세청의 이번 복덕방 급습작전은 작년12월에 이어 두 번째.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16개 부동산업소의 업주 및 그 밑에서 투기를 일으켜 온 이른바 판돌이 등에 대해서 일체의 자료를 수집했다.
조사반들은 부동산업자의 사무실뿐만 아니라 집까지 뒤져 거래장부와 통장 및 아파트 당첨권까지 압류했다.
압류된 서류는 보통 장부대신 손바닥만한 수첩이나 메모지로 되어있으며 거래 내용이나 금액은 쉽사리 알아보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이날 급습을 당한 복덕방은 대치동의 H종합개발, 개포동의 R개발·W개발·T개발 및 도곡동의 M개발·H개발·D개발 등 대형 복덕방들. 이들은 강남지역의 큰손들과 줄이 닿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H종합개발의 경우 판돌이 3여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작년11월 이후에 0순위 통장을 30여장이나 사들여 이를 전보함으로써 12억원 가량을 벌어들였다.
J개발에서 압수된 통장은 40여장이나 된다. 자신들이 얻은 프리미엄 소득은 기껏해야 5억원 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반원들이 밝혀낸 이들 부동산업자들의 프리미엄 소득은 0순위 통장(5백만원 짜리)의 경우 7백만원에서 최고 4천만원이었다.
부동산업자들은 한 업소마다 4백∼5백명의 0순위 통장 소유자 명단을 입수해 소유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팔도록 종용하고있다.
0순위 통장가격의 조작수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돌려치기 수법으로 복덕방 주인들이 가지고있는 0순위 통장을 대부분 복부인들과 사고 팔고 하면서 가격을 올려놓는다. 거래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이 끼어 들어 0순위 통장을 사면차액은 복덕방 주인과 복부인이 나눠먹는다.
또 하나 0순위 낙찰계 수법은 프리미엄이 많이 붙은 로열 층이 아닌 나쁜 층이나 호수에 당첨될 것에 대비, 0순위 통장 소유자들끼리 계를 조직한다. 어느 아파트를 분양하면 계원이. 모두 신청, 당첨된 아파트를 팔아 생긴 프리미엄을 똑같이 나눠 갖는다.
국세청은 이미 주택은행으로부터 4천여명에 달하는 0순위 통장 가입자 및 l순위와 2순위 가입자 명단을 받아 이들의 통장 전당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이번 강남지역 16개 부동산업자들로부터 압수된 0순위 통장 보유자들은 거꾸로 추적해 올라가도 최초의 소유자가 밝혀진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0순위 통장 전매자는 3백50명선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에게는 프리미엄 소득의 50%를 세금으로 거두어들일 방침이다. 투기를 조장한 악덕 부동산업자들은 조세법 처별법 등 관계 법률에 따라 관계당국에 고발키로 했다.<최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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