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과학관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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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학 입국」의 의지는 국민의 이해와 협조 가운데서 일어나 정부의 비전 있는 정책에 따라 결실을 맺는 것이다.
그것것 단순한 논리이지만 흔히 무시되기도 하여 잘 보전되지도 않는다.
「과학 입국」의 의지를 국민의 이해와 협조 속에서 키워가는데 첩경이 될 기본적인 정부의 시책이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높고 과학 기술발전의 요구는 절실한데도 정작 나라의 과학 정책과 과학기술 이해가 미흡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국립과학관 시설과 운영이 그같은 문제들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72년에 국립 과학관이 문을 연후 별써 10년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소요된 예산은 겨우 8억원을 밑돌고 있으며, 전시품도 3백여 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같은 현실은 과거 1926년 일제하에 설립된 이른바「은사 기념 박물관」이 11만점의 다양한 과학 자료를 비치, 운영했던 점과 비교해서도 너무나 초라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닐수 없다.
그런 형편에서 정부가 늦으나마 대규모「종합 과학관」을 계획하고 또「과학 공원」까지 만들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라 하겠다.
알려진「종합 과학관」계획은 대체로 3백5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덕에 자연사, 과학사, 현대 과학기술, 산업기술을 망라하는 대규모 시설을 87년까지 완비한다는 것이다. 또 과학공원은 서울의 한강종합 개발 계획에 포함된다고 한다.
이것들은 모두 국민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과학하는 마음과 생활의 과학화에 적지dkag게 기여하리라고 생각된다.
기성 세대들은 물론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데 이처럼 필요한 일은 없다.
과학관은 자연과학과 산업기술 분야의 실물모형이나 표본, 실제의 현상 등을 직접 보고 또 실습하는 기회를 줌으로써 새로운 과학 지식만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일깨우는데 필수적 기능인 때문이다.
그것만도 아니다. 과학기술 교육과 과학풍토 조성의 기반이 되는 과학관의 존재는 또 민족과학의 전통과 우리 고유 과학 기술의 근원을 확인하는 과학의 본산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새로 설립될 종합 과학관은 국민적인 여망에 부응하는 훌륭한 시설과 운영의 모범이 되어야겠다.
그 중에도 자연사 관계의 자료들에서부터 현대의 과학기술, 산업기술을 망라하며 아울러 미래 과학에 도전할 수 있는 원자력, 우주, 항공, 에너지, 컴퓨터의 세계를 국민들에게 밀착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운영계획은 특히 기대된다.
과학관이 만지 시설을 만들고 자료를 수집, 보관, 전시하는데 그치지 앉고 국민의 교육과 유락의 장소로서 공헌해야할 필요도 있다.
과거의 딱딱한 과학관 운영 타성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기분 좋게 드나들 수 있고 알고 싶은 것, 조사하고 싶은 일을 거기서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만들어져야겠다.
파리의「발견의 궁」은 전시품조차 누구든지 만져보고 실험해 보도록 배려되고 있으며, 그러노블 자연사 박물관은 관람자들에게 안내 책자로 교육하고 있다.
과학관들이 하나의 박물관으로서, 과학 교실과 과학 그룹들을 만들어 지도, 운영하는 것은 외국에선 일반화돼 있는 일이다.
우리 종합 박물관과 과학공원도 그런 의미에서 시설에 못지 않게 그 운영에 있어서 새로운 경지를 캐척함으로써「과학 입국」의 국민적 의지를 실천하는데 효과적으로 공헌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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