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수출 '달러박스'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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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플랜트 수출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고유가로 인한 오일 달러가 넘쳐나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원유.가스.발전 등의 설비 발주가 대폭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의 70% 수준이었던 플랜트 수출은 올 들어 86%까지 육박하는 등 새로운 '달러 박스'로 부상하고 있다.

◆ 돈 벼락 맞는 플랜트 산업=2002년과 2003년 육상 플랜트 수출이 각각 2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억5000만달러로 수주액이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원유 수출 설비공사를 쿠웨이트에서 수주했다.

이는 5월 SK건설이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원유 집하 및 가압장 시설 개선 프로젝트(12억2000만달러)를 뛰어넘는 규모다.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현대건설.삼성중공업 등 주요 플랜트업체들도 초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는 '특수'를 맞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1~7월 중 해외 플랜트 수출은 79억9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에 비해 62%나 증가했다. 지난해 한해 동안의 수주액(83억달러)과 거의 맞먹는다.

◆ 돈 넘쳐나는 중동국가=코트라(KOTRA)에 따르면 초유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중동 지역 내 5대 산유국(사우디.이란.UAE.쿠웨이트.리바아)과 나이지리아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의 재정수입은 지난해보다 평균 3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는 넘치는 오일 달러로 담수발전, 석유화학, 석유 및 가스플랜트 등 대규모 설비를 발주하고 있다. 플랜트 물량이 넘치자 국내 업체들은 해외 지사를 늘리고, 인력을 채용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 초 요르단 암만에 지사를 개설한 데 이어 최근엔 카타르 도하에 지사를 다시 열었다. 지난해 2건(2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던 현대건설의 플랜트 건설 수주액은 올 들어 16억3000만달러에 달할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SK건설, 포스코 건설 등 대형업체들은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에 나서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의 인력을 뽑고 있다.

◆ 달러박스로 잘 키워야=산업연구원은 2000년 5530억달러였던 세계 플랜트 시장 규모는 올해 63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2010년에는 7860억달러까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해 말 플랜트 관련 종합 지원대책을 발표했고, 코트라는 6월부터 'e-플랜트 수주 지원센터'(http://tender.kotra.or.kr)를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전체 수주의 절반 가량이 중동 지역에 편중돼 있고, 중남미와 동남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미국 회사에 밀리고 있다. 이공계 기피 등의 여파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도 원활하지 않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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