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만든 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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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겨울날씨 답지않게 포근한 날씨가 계속 되자 방에서만 뒹굴던 아이들이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아빠를 졸라서 만든 방패연을 하나씩 들고 꿈에 부풀어 나간 아이들이 잠시후 현관에 들어서며 아우성이다.
『아빠! 연이 뱅글뱅글 돌면서 올라가지를 않아요』
『잘 날질 않는다구, 왜 그럴까?』
아빠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의 연을 다시 살핀다.
며칠전부터 아이들이 무척이나 연을 날리고 싶어하길래 문방구에서 50원씩하는 꼬리연을 하나씩 사 주었더니 몇번 띄우지 않아 살이 부러지고 종이가 구겨져 볼품없이 망가지고 말았다.
얄미운 상인들이 엉성하게 만든 연에 실망한 아이들은 무엇이든가 잘 만드는 줄 아는 아빠에게 이번 일요일에는 꼭 방패연을 만들어 달라고 조르기 시작하기 2주일. 『워낙 만들어 본지가 오래여서 잘될지 모르겠는걸-.』하면서 멀쩡한 비닐우산을 뜯어 살을 쓰고 문창호지를 직사각형으로 자르고 여러 각도가 맞도록 한 가운데 동그스름한 구멍을 만들고 실을 꿰어 방패연을 만들었다.
과연 잘 떠오를 것인지 걱정하는 아빠의 속마음을 알길 없는 아이들은 우리아빠 연잘만드신다고 박수치며 좋아하더니 뱅글뱅글 돌다가 『타타탁탁』 소리내며 땅에 끌리는 연을 보고 실망해 들어온것이다.
아빠는 다시 꼬리를 더 길게달고 실의 길이도 조정하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야! 멋있다.』
아이들의 환호와 함께 연은 긴 꼬리를 가볍게 흔들며 하늘높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머리위로 어지러이 지나고 있는 고압선이나 전깃줄때문에 아이들의 연은방한쪽 벽에 장식품처럼 걸려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오늘밤 아이들은 서울로 이사오기 전에 살던 고향의 언덕에서 마음껏 하늘높이 연을 날리며 즐거워하는 꿈을 꾸겠지.
이창하 <서울은평구 갈현동 489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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