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해외로 눈 돌려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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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 해외투자 한도 확대 조치와 8·31대책 이후 국내 투자자를 겨냥한 해외 부동산 분양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은 최근 분양에 나선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콘도텔 조감도(가운데 뾰족한 건물).

국내 투자자를 겨냥한 해외 부동산 물건이 몰려들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7월부터 시행된 해외주택 취득요건 완화 조치(구입한도 3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로 확대)이지만 8.31 부동산대책이 또 다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꽁꽁 묶인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주택 관련 상품이 대부분이다.

LV콘도텔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짓는 코스모폴리탄 리조트 콘도텔 700여 실을 국내에서 분양하기 위해 법인 설립과 투자 관련 법률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중심부에 들어서는 이 콘도텔은 19, 20, 30평형의 객실을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사용해도 되며 회사에 위탁할 경우 회사는 계약자에게 객실 운영을 통한 수익금(연 5~9% 예상)을 나눠준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잇따르고 있는 호텔 객실분양과 비슷한 형태다. 이 회사는 다음달에는 라스베이거스 이바나콘도텔(81층) 1000실 중 일부를 국내 투자자들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중국 부동산의 밀물 현상은 눈여겨볼 만하다. 상하이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을 겨냥해 다음달 중 서울에서 열리는 8차 화상(華商)대회 때 부동산 투자박람회를 열 예정이다. 상하이는 한국 상사주재원들이 많아 실수요자용 주택구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주황방지산유한공사는 베이징의 한 상가를 분양하기 위해 지난달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전시장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베이징 한국국제학교 인근에 짓는 30~50평형 아파트 1600가구 중 일부를 국내에서 분양 중이다. 다음달에는 한국 투자자들을 겨냥해 베이징에서 100평짜리 고급 아파트 1000가구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사 양재완 사장은 "8.31대책 발표 이후 베이징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상담이 늘었다"고 말했다.

주택 수요자를 노린 미국과 캐나다의 일반주택 매물은 국내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부동산을 중개하는 뉴스타는 국내의 한 부동산업체와 손잡고 일대 매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일반주택 매물 정보만도 3000건이 넘는다. 호주의 경우 시드니와 멜버른 등지의 주택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마이베스트홈은 국내 수요자들이 토론토 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현상을 반영해 국내에도 지점을 개설키로 했다. 마이베스트홈 김일봉 사장은 "그러나 해외 부동산 매물은 1차 정보 습득에만 만족하고 실제로 구입하려면 반드시 현지에서 물건을 살핀 후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로 상가 개발과 주택사업용 부동산 매물이 한국에 들어와 건설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달 초 중앙일보 조인스랜드가 주최한 베트남 부동산시장 시찰에는 50여 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해외부동산 펀드는 상반기부터 많이 선보이고 있다. 푸르덴셜투신운용과 매쿼리는 올 상반기 미국과 호주의 부동산 투자펀드를 국내에 출시해 인기를 끌었으며 대우증권은 다음달 중 캐나다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펀드를, 우리증권도 동남아 부동산 펀드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부동자금이 넘치는 판에 8.31 대책으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현실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며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부동산 가운데는 불법.편법 투자를 부추기는 물건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에게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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