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카페에 안내 표지도 영문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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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대구 영진전문대 학생들이 영어로 된 교내 안내표지를 보고 있다. [영진전문대 제공]

최근 학교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대구 영진전문대를 방문한 이모(43.회사원)씨는 본관 1층 현관에 걸린 사무실 안내표지를 보고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학사운영처는 Division of Academic Affairs, 기획실은 Division of Planning 등 모두 영어로 적혀 있었다. 한글 안내판이 전혀 없어 지나가던 학생에게 물어 사무실을 찾았다.

지난달 29일 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학생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김은희(23.디자인계열 2년)씨는 "영어 뜻을 제대로 몰라 헤맬 때가 많다"며 "안내판을 볼 때마다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 측이 여름방학 중 모든 건물의 안내표지, 사무실과 교수 연구실의 출입문 명패 등 이른바 '사인물'을 모두 영어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출입문에 붙은 교수 이름도 영어로 적혀 있다. 캠퍼스에서 아예 한글을 없앴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학생.교직원에게 일상적으로 영어를 쓰게 해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려는 뜻에서다. 이른바 '글로벌 캠퍼스'전략이다.

대학 측은 대신 교직원에게 사인물 해설집인 매뉴얼(가로 9㎝.세로 15㎝, 140쪽)을 나눠줬다. 직원 김모(44)씨는"택배회사 직원 등 외부인들이 문을 열고 일일이 확인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매뉴얼을 들고다니며 사무실 영어 이름을 외우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캠퍼스 만들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도서관 1층에 해외대학 관련 자료를 비치하고, 원어민 교수를 배치해 해외 취업.인턴십.여행.유학.어학 등을 상담해준다.

영어로만 말하는 영어카페도 정보관 5층에 문을 열었다. 30여 개의 좌석을 갖춘 이 카페에는 대형TV가 설치돼 CNN.BBC등 외국방송을 항상 방영하고, 이곳에 있는 외국인 교수가 회화도 지도한다.

원어민 교수와 학생을 동원해 제작한 '일일 영어회화'를 대학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올려 학생이 매일 공부할 수 있게 하고, 등.하교 시간엔 이를 교내에 방송한다. 아울러 컴퓨터정보계열 등 11개 학과의 일부 과목은 원어민 수업을 한다. 대학 측은 이를 위해 원어민 교수를 10명 더 채용, 33명으로 늘렸다.

대학 관계자는 "지난 1월 교수 등 12명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글로벌 캠퍼스'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극을 받아 영어공부를 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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