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4~48 … 공배 메우는 수순의 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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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강 토너먼트>
○·박정환 9단 ●·저우루이양 9단

제6보(44~53)=프로지망생들은 공부할 때 그리 한다. 반상에 돌을 두드린다. 소리 나게 하루 종일 두드린다. 왜 그럴까.

 그게 공부였기 때문이다. 바둑은 몸으로 하는 놀이. 손목과 손가락, 어깨에 바둑돌을 각인시키는 놀이. 오늘 같으면 이렇다. 상변 53은 급소. 저 53을 들어낸다. 그리곤 백돌을 그 자리에 가만 놓아본다. 아니다. 두드린다. 흑백을 반복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53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다.

 44~48이 행마의 수순이었다. 이리 두면 백A가 언제나 선수라 흑의 공배를 꽉 메울 수 있다. 공배가 메워진 흑은 행마가 어렵다. 흑이 ‘참고도’가 아니라 실전을 택한 까닭이다.

 49~53과 ‘참고도’ 1~3을 비교하자. ‘참고도’ 흑1도 좋다. 백a, 흑b가 백의 선수지만, 이제는 백c 밀어와도 흑은 손 뺄 수 있다. 대신 백d 갈라치는 뒷맛은 남는다.

 실전은 ‘참고도’ 백d 가르는 뒷맛은 없앴지만 중앙 백돌을 하나 더 키웠다. 키가 커진 만큼 백은 강하다. 53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참고도’보다 강하다. 물론 미묘한 차이라 어느 것이 좋은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여하튼 53은 급소다. 백을 갈라야만 한다. 53 자리에 백이 두었다고 가정해보라. 상대가 두어서 좋은 곳은 나에게도 좋다. 변치 않는 이치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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