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싸움」많았던 정기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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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연초부터 1월 한달동안 체육계는 경기단체마다 정기대의원총회라는 것을 열어 『총회만발』을 이뤘다.
각 경기단체의 대의원총회라는 것은 지난해의 각종 업무가 잘 지켜졌고 또 새해에는 어떤 방향으로 새 사업을 펼쳐야 하느냐는 것 등을 결정하는 이른바 체육인중의의 모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모임은 해마다 열리지만 유독 올해만은 주도권다툼이 절정을 이뤄 『체육계의 감투도 써 볼만한 것이 아니냐』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는 모두 35개. 이중 골프, 근대5종이 아직 준가맹단체로 있다. 대의원총회를 한 단체는 겨울철종목인 스키·아이스하키· 빙상과 씨름을 제외한 30개 종목.
이중 23개 단체가 회장들을 유임시켰고 7개 단체(야구=최인철, 농구=서성환, 궁도=신동욱, 승마=김정우, 럭비=김종렬, 검도=최상옥, 조정=구자학)가 회장을 바꾸었다.
7개 단체의 회장교체는 비교적 순탄했다 할 수 있으나 육상(장익룡) 체조(이부용) 배구 (조석래)는 회장과 경기인들이 대립, 천태만상을 이뤘다.
각 시도 대의원들을 2, 3일전에 서울의 1류호텔이나 지방의 온천장으로 모셔(?)향응을 베풀고 총회예정연습까지 하는 등 마치 사라진 대의원총회의 악령이 되살아 나는 듯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연례 행사인 대의원총회가 올해 유독 관심을 끌었던 것은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할 수 있다.
첫째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다는 점에서이고 둘째로는 80년10월 체육회정화와 함께 대거 영입된 경제인 중심의 회장단에 대한 경기인들의 평가가 어떻게 내려질 것인가가 관심거리였다.
이제 한국체육도 성년에 접어들었다. 적어도 정책대결이나 공명정대한 공과에 따라 심판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비록 이번 대의원총회는 겉으로는 원만히 해결된 것으로 끝났으나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밑바닥에 깔려있는 한 언제 또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불씨를 안고있는 불안한 실정이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한국 체육계는 아직도 치료할 점이 많다.<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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