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TR 기종별 보급판도 급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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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VTR가 가전업계의 총아로 등장, 판매가 급격히 신장되면서 기종간의 보급판도도 급변하고 있다.
국내 VTR판매업계는 삼성전자가 80년 자체개발로 첫 판매에 나선이래 금성과 대한전선이 작년 2월과 4월, 각각 생산을 시작했다. 작년말 현재까지의 보급댓수는 선두주자인 삼성이 3만여대, 금성 1만6천대, 대한이 6천대가량으로 판매실적은 모두 5만2천여대.
특히 작년 한해는 가전3사가 모두 4만7천대가량의 VTR를 팔아 삼성이 단독 생산판매해오던 81년의 3천대에 비해 무려 15배가 넘는 판매신장을 나타냈다.
국산VTR의 판매신장은 이와 함께 기종간의 경쟁으로 보급판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VTR는 기종에 따라, 방송기재 등으로 쓰이는 영업용을 제외하면, 네덜란드의 필립스사가 개발한 필립스방식과 일본 소니사의 베타방식, 그리고 일본JVC사의 VHS(비디오 홈 시스팀)의 3방식으로 나뉜다. 이중 일본의 두 기종이 전세계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도 이 두 가지 기종이다. 삼성과 금성은 일본 마쓰시따(송하)사와 VHS방식을, 대한은 소니사와 베타방식의 기술제휴를 하고 제품을 생산하고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보급된 VTR는 외제 5만여대로 전체 보급댓수의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외제VTR는 미군PX에서 유출되거나 이삿짐 등 형식으로 들어온 것으로 소니사제품이 대부분이어서 베타방식의 VTR가 80%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국산VTR가 생산되면서, 삼성·금성에서만 모두 4만6천대를 판매, 이제는 국내VTR소유댓수 중 베타와 VHS방식의 비율이 5대5로 접근해 판도가 달라진 것이다.
VTR는 VHS나 베타방식이나 메커니즘이 다를 뿐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다른 전자제품과 달라, VTR가 안고있는 문제는 테이프가 서로 달라 호환성이 없는 것. 소비자로서는 그만큼 제품선택에 제한이 뒤따르고 일종의 소프트웨어인 비디오테이프도 서로 다른 VTR기종의 시장석권에 따라 판매가 좌우되게 마련이다.
VTR의 독점국인 일본에서도 변화의 물결은 거세다. 작년 일본의 VTR생산 댓수는 l천2백86만대. VHS방식을 생산하는 마쓰시따, 빅터 등 7업체가 이중 9백25만대를 팔아 71·9%를 차지해 4개 업체가 생산하고 있는 베타VTR의 판매가 처음으로 30%이하로 떨어졌다.
소니사의 경우는 작년에 1백80만대로 판매 댓수는 81년보다 10만대가 늘었으나 점유율은 17·9%에서 14%로 하락, 74년 처음으로 가정용 VTR를 개발해 개가를 올렸던 전성시대가 사라지고 형세가 역전된 판국이다.<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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