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자원봉사 1282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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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영동일고등학교 3학년 임수빈(17)양의 학생부는 여섯 장이나 된다. 봉사활동 내용이 많아 같은 학년 친구들보다 두 장이 더 많다. 임양이 고등학교 3년 동안 봉사활동을 한 시간은 모두 1282시간. 같은 반 학생들의 봉사시간이 보통 100시간 안팎인 것에 비하면 10배가 넘는다.

임양의 담임 교사인 김이수씨는 "공식적으로 기록하지 않은 봉사 시간도 수십 시간 이상된다"고 말했다.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봉사활동을 한 셈이다.

임양은 "방과후와 주말.방학 등을 이용해 노인요양원, 보육시설 등에서 일했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위해 잠도 줄였다. 고등학교 입학 후 임양의 평균 수면시간은 약 4시간. 그는 도움을 받는 사람과 가슴으로 대화를 나누는 게 너무 행복해 봉사활동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교회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김치를 담가 나눠 주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시작된 임양의 '봉사 역사'는 10여 개의 복지시설과 인연을 맺으며 계속됐다.

주말이면 부모가 없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 등으로 나들이 하는 게 임양의 휴일 일과였다. 지난 6개월은 지체 2급 장애인으로 은평 천사원에서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김동훈(30)씨의 손발이 됐다. 송파 노인복지관, 청암 노인요양원, 임마누엘 재활원 등 복지시설에서는 노인들의 '어린 친구'역할을 했다.

임양의 장래 희망은 사회복지사. 특히 치매 노인 복지에 관심이 많다. 시험을 코 앞에 둔 입시생이라 자기 시간이 필요할 법도 하지만 임양은 "남을 돕는 데 쓰는 시간이 바로 내 시간"이라고 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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