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54명 매일 밤 2개조 순찰 … 광주 봉선1동, 범죄 16%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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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수자 간사(左), 백인복 회장(右)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1동은 1980년대에 들어선 노후 아파트단지와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7000여 가구에 1만7000여 명이 산다. 노인 인구가 12%, 어린이도 7%나 된다. 도로는 좁은데 교통량은 많아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다. 연간 300건 이상의 5대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우범 지역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6월 봉선1동 주민들은 “우리 손으로 안전한 마을을 만들자”며 뭉쳤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정부에 ‘안심마을’ 사업 대상지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해 10월에 지정됐다. 당시 봉선1동을 포함해 전국 10곳이 안심마을로 지정됐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경기 김포시 양촌읍, 경기 수원시 송죽동, 충북 진천군 진천읍, 충남 천안시 원성1동, 경남 거창군 북상면, 부산 연산1동, 전남 순천시 중앙동, 강원 고성군 간성읍 등이다. 정부는 이들 마을에 5억~6억원씩 사업비를 지원했다.

 정부 지원에 따른 안전 인프라 구축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봉선1동 주민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극 움직였다. 지난해 9월 안전 관련 사업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주민자치회가 주도했다. 조형복 봉선노들마을 연구소장은 “주민 54명이 치안순찰대를 조직했고 매일 오후 8시부터 1시간30분간 2개 조로 나눠 지역을 순찰했다”고 소개했다.

 올 들어 안심마을 사업이 속속 구체화됐다. 야간에 어두운 곳에는 보안등을 설치했다. 안전거점공원(노들마당)도 조성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부엉이 가게’를 30곳 설치한 것이다. 24시간 영업하는 수퍼마켓과 음식점 등 30곳을 부엉이가게로 지정해 심야에 골목길에서 주민에게 응급상황이 생기면 긴급 피난처로 활용하도록 했다. 부엉이 가게는 앞으로 10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조 소장은 “관할 경찰지구대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범죄 발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가량 줄었다”고 안심마을 운영 성과를 소개했다.

 봉선1동 주민자치회 김수자 간사는 이런 노력을 평가받아 23일 국민안전처(박인용 장관) 주최로 열린 ‘안심마을 만들기 시범사업 성과 보고회’에서 장관 표창을 받았다. 수원시 송죽동 안심마을 주민추진협의회 백인복 회장 등 민간인 9명, 공무원 10명, 자치단체 4곳, 협업기관 11곳 등이 함께 수상했다.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은 시상식에서 “안심마을의 성공은 지역주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 참여와 민·관 협업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범석 국민안전처 안전문화교육과장은 “주민 만족도가 높아 내년에 안심마을 10곳을 확대 지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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