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한국상품전' 르포] "FTA 일찍 체결했더라면 … "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7일 개막한 ‘한국상품전’에 멕시코뿐 아니라 인근 남미국가와 미국에서도 바이어들이 몰려와 성황을 이뤘다. [KOTRA 제공]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멕시코에 '한국 바람'이 불고 있다. 7일 멕시코시티에서 개막한 한국 상품전에는 인근 남미국가 바이어들까지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멕시코가 미국.일본 등과 잇따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FTA 미체결국인 한국 업체들의 매출은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꿈으로의 초대(An Invitation to Dream)'. 7일 '2005 멕시코 한국 상품전'이 열린 멕시코시티 월드트레이드 센터 앞에는 이번 행사 캐치프레이즈가 높게 걸렸다. 전시장은 인근 남미 국가들과 미국 등지에서 몰려온 2000여 명의 바이어들로 붐볐다. 이들은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전자업체들이 출품한 고기능 휴대전화, 40~80인치대의 LCD.PDP TV 등 최첨단 제품들에 감탄했다. 행사장에 부스를 차린 115개 한국 업체도 제품 홍보와 판촉에 열을 올렸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KOTRA 홍기화 사장은 개회사에서 "한-멕시코는 교역규모가 34억 달러에 달할 만큼 성장했다"며 "양국은 이제 투자 및 기술 협력 확대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의 한 언론은 이날 행사를 '멕시코에 부는 한국 바람'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의 모습이나 현지 언론의 관심만 보면 멕시코에 분명히 '한국 바람'이 불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관계자들 사이에선 한숨소리가 새나왔다. 금호 타이어 이상규 멕시코 지사장은 "타이어 매출이 2003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멕시코가 미국.일본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후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FTA가 없는 한국 업체인 금호타이어는 35%의 관세를 무는데 비해 미국.일본 등의 업체는 무관세이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 밀려드는 제품과 경쟁이 어렵게 된 것이다.

멕시코에 현지 공장을 둔 한국 업체도 FTA 미체결국의 어려움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LG전자 윤태환 멕시코 법인장은 "많은 부품을 한국에서 들여오는데 관세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멕시코가 FTA에 적극 나서면서 우리나라의 멕시코 10대 수출품 가운데 타이어.천연색 음극선관.컴퓨터부품은 수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이에 정부는 멕시코와 FTA에 버금가는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을 추진 중이라고 8일 밝혔다. FTA에는 멕시코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SECA는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모두 개방하는 FTA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일부 민감한 품목을 제외한 상품과 정부조달 시장을 우선 상호 개방하는 경제협력협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8~10일) 중 열릴 한.멕시코 정상회의에서 SECA 체결에 합의하고 이를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멕시코시티=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