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페셜, 미군 전쟁거부자들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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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이라크전에 참전 명령을 받았거나 참전했던 미군들 중 전쟁을 거부하고 탈영한 미군수가 지난 5월로 5000여 명을 넘어섰다. 그들은 왜 조국의 부름을 뿌리치고 반전의 길을 택했을까.

11일 밤 11시 30분 방송되는 'MBC 스페셜'은 '미국과 나 - 미군 전쟁거부자들' 편에서 미국 국민이기를 포기하고 불법체류자의 길을 선택한 미군 전쟁거부자들을 만나 본다. 그들의 증언과 사례를 통해 전쟁이 개인에게 미친 상흔과 양심의 자유 문제를 짚어보고, 이라크전에 대해서도 재조명해본다.

미군 전사자의 어머니 신디 시한이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은 미국 여론의 축소판이다. 크로포드 목장 앞 반전주의자들과 부시 지지자들 간의 대립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미국 국민의 이라크전에 대한 생각을 살펴본다.

미군 전쟁거부자들의 생생한 증언도 들을 수 있다. 지난해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탈영한 데럴 앤더슨은 "미군이야말로 이라크에서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초를 서다가 경계선을 넘는 이라크 차량은 무차별 발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차 안에 가족들이 타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명령을 거부했다. 상관은 "다음번에는 총을 쏘든지 아니면 네가 처벌을 받든지 둘 중 하나다"라고 말했고, 그 후 데럴은 처벌을 받았다. 데럴은 또 "9.11테러 이후 미군들이 무슬림에 대한 공격을 당연시하고 있어 민간인 학살에도 거리낌이 없다"고 증언한다.

제작진은 이라크전 탈영병들이 피난처로 택하는 캐나다 현장도 찾았다. 캐나다는 이전부터 미군 탈영병들의 피난처였다. 40년 전에도 베트남전 탈영 미군들은 '군사주의로부터의 피난처'로 캐나다를 선택했던 것이다.

현재 캐나다에는 10여 명의 미군 탈영병들이 난민 지위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취재진이 만난 미군 탈영병들의 삶은 하나같이 가난했고 불안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이라크에 남아 있었다면 두 다리를 뻗고 편히 잠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양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떳떳한 불편함'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캐나다에 정착한 베트남전 탈영 미군들이 말하는 이라크전, 40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미국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본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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