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의 주희정, 아니 벌써 900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을 제치고 미국프로농구(NBA) 통산 득점 3위에 오른 코비 브라이언트(LA레이커스)처럼 일부러 경기를 멈추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이벤트는 없었다. 그래도 감동의 여운은 그에 못지 않았다. 오랜 기간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해 대기록을 달성한 베테랑에게 코트 안팎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경의를 표했다.

 서울 SK의 노장 가드 주희정(37·1m81cm·사진)이 프로농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출전하며 프로농구 최초로 통산 900경기 고지를 밟았다. 역대 2위 추승균 현 KCC 코치(738경기)와의 격차가 162경기에 달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록이다. 현역 중 최다 출전자인 임재현(604경기·오리온스)과는 296경기 차이가 난다.

 30대 중후반으로 일찌감치 전성기를 넘겼지만, 주희정은 체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까마득한 후배들과 경쟁하고 있다. 승부처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주희정은 LG전에서도 주전 가드 김선형의 백업 역할을 무난히 소화하며 15분34초간 코트를 누볐다. 주희정의 헌신에 힘입어 SK는 LG를 87-73, 14점 차로 꺾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1997년 데뷔해 올해 프로 18년차에 접어든 주희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농구의 철인’이다. 술을 멀리하고 매일 훈련을 거르지 않는 성실함으로 체력과 경기력을 유지했다. 18시즌 동안 총 10경기에 결장(국가대표 차출 제외)한 게 전부일 정도로 꾸준했다. 900경기를 치르는 동안 주희정은 경기당 평균 32분 이상을 뛰었다. 지난 시즌 식스맨으로 역할을 바꾼 이후에도 15분대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주희정은 “통산 1000경기 출전을 향해 계속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프로농구연맹은 주희정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기 위해 오는 25일 서울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SK와 삼성의 서울 라이벌전에 900경기 출장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한편 여자농구 청주 KB스타즈는 인천 신한은행에 74-70으로 승리했다.

송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