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신물질 넣은 한약…성장호르몬 분비 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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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앞두고 자녀와 함께 성장클리닉 상담을 받으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싫어하는 아이가 많다.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도 주사 치료를 꺼리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천연 한약으로도 키가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대표원장이 한의원을 찾은 어린이에게 관절 모형을 가리키며 키 성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민호(중2·서울 강남구)군은 평소 장 기능이 떨어져 음식을 먹으면 흡수가 잘 되지 않는 데다 비염 증상이 심해 키 성장이 또래보다 10㎝가량 더뎠다. 작은 키는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늘 스트레스였다. 민호군의 부모님은 고민 끝에 그에게 주사 치료 대신 한방치료를 시작했다. 검사 결과 민호군은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염과 음식 알레르기를 개선하는 치료와 함께 성장치료를 병행한 결과 민호군은 친구들의 키를 따라잡았다. 면역력도 좋아져 각종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일도 사라졌다.

한방치료 후 성장호르몬 연 30% 증가

성장전문클리닉 하이키한의원(대표원장 박승만) 의료진이 임상에서 특허받은 신물질(KI-180)을 첨가한 ‘성장탕’으로 키 작은 아이들을 치료한 결과 성장호르몬(IGF-1)이 연평균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키한의원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만 8~14세 가운데 1년10개월 동안 성장치료를 받은 690명(남 156명, 여 534명)을 분석한 결과 성장호르몬(IGF-1)이 여아는 52%(275.5ng/mL→418.7ng/mL), 남아는 49.4%(301.1ng/mL→449.7ng/mL) 각각 증가했다. 남녀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30% 증가한 것이다.

성장호르몬의 구체적인 변화를 측정한 결과 연평균 9㎝ 이상 키 큰 그룹(남 47명, 여 56명)은 43.4%, 7㎝(남 72명, 여 361명)는 31.5%, 5㎝(남 37명, 여 117명)는 14.6% 각각 늘어 성장호르몬 증가와 키가 비례한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뼈의 활성인자인 ALP(Alkaline Phosphatase) 역시 7㎝와 9㎝ 큰 그룹이 각각 7.3%, 12.9% 늘었다. ALP는 잠잘 때 성장판 부위에서 뼈를 만드는 동안 분비되는 단백질 효소로 숙면할수록 더 많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I-180이 첨가된 성장탕은 성장호르몬 분비는 촉진시키는 데 반해 성호르몬은 자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이 치료기간 아이들의 성호르몬 분비 상태를 관찰한 결과 여아의 경우 여성호르몬 E2는 36.52pg/mL, 난포 자극 호르몬은 4.57mIU/mL, 황체 형성 호르몬은 3.80mIU/mL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는 정상적인 성장 기준으로 볼 때 난포 자극 호르몬과 황체형 성 호르몬은 같은 또래 평균(7~8mIU/mL)의 절반 수준이었고, E2는 키가 클 수 있는 수준(40~60pg/mL)을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성호르몬 분비가 높으면 생리와 사춘기가 빨리 찾아오게 되고 시기가 빠를수록 키 클 수 있는 기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성장치료는 성장호르몬 분비도 중요하지만 성호르몬 조절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치료 결과 비만도 역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도는 현재 체중을 표준체중으로 나눠 퍼센트(%)로 값을 매긴다.

한국식품연구원과 신물질 공동 연구

표준비만도 100%를 기준으로 치료 전후 남아 비만도는 각각 105%에서 100.7%, 여아는 96.6%에서 94.9%로 줄었다. 키 큰 그룹의 비만도가 더 많이 낮아졌다.

유전과 키 성장의 관련성도 주목할 만하다. 분석 결과 각 성장그룹의 아이들은 키 성장에 유전요인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키와 상관 없이 성장호르몬이 증가하면 키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영양상태·운동·질병 유무와 수면·스트레스 상황에 따라 성장호르몬 분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키가 자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은 “17종의 천연 한약재에서 추출한 신물질(KI-180)을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 연구한 결과 성장호르몬(IGF-1), ALP, 성장호르몬 결합단백질(IGFBP3)이 각각 20%, 15%, 11% 증가해 키를 크게 하는 데 유의성이 입증됐고 그 결과는 지난 8월 한국식품과학회지에 실렸다”며 “부모의 관심과 아이의 노력이 동반되면 천연 한약으로도 충분히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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