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4000여명 "전교조 각성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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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중.고교 교장 4천여명이 11일 실내 집회를 열고 교단 안정을 위한 자성을 결의하는 한편 전교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1만3천여 교장 가운데 3분의1 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같은 대규모 집회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당초 가두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교육계 마찰을 피해야 한다는 교육계 안팎의 비판에 따라 실내에서 열렸다. 교장단이 이처럼 가두 집회 등 힘의 행사를 자제하고 자성을 결의함에 따라 교육계 갈등이 다소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 국공사립 초.중.고교 교장회 협의회는 이날 서초구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서승목(徐承穆)교장 추모 및 전국 교장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장은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한 교장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현재의 교단 위기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며 "徐교장의 죽음을 계기로 시대착오적인 폭력에 대해 반성하고 교단을 희망의 공동체로 재건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들은 또 "교육계 구성원 모두가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행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은 전교조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쏟아냈으며 전교조에 대항하기 위한 교장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이상진(李相珍) 협의회 회장은 "전교조의 반미.친북 수업은 장래를 짊어질 젊은 영혼들을 더럽히고 있다"며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들에 대해 정부가 단호히 대처해 달라"고 요구했다.

연설자들의 원색적인 비난도 이어졌다.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는 "교원노조가 국민을 (북한에)팔아먹지 못하도록 국민에게 실상을 알려야 한다"면서 "교장들이 목숨을 바쳐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는 "전교조가 교장.사학.교육관료라는 3대 적을 상대로 처절한 투쟁을 결의하는 등 계급주의 망령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T초등학교 李모 교장은 "여기 참석한 교장들은 '더 이상 전교조에 물러나서는 안된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 입구부터 '법 위의 전교조, 인간 위의 전교조''참교육 어디가고 힘자랑만 남았나'는 등 전교조 비난 현수막이 내걸렸다.

강홍준 기자

<사진 설명 전문>
11일 ‘전국 교장 결의대회’에 참석한 교장 선생님이 바닥에 앉아 고 서승목 교장에 대한 추도사를 듣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4천여명이 참석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은 행사장(최대 수용인원 1천2백명)인 강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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