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오마주 작품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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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homage). 영화 등 영상예술에서 특정 작품의 장면 등을 차용함으로써 해당 작가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는 행위를 뜻한다.

지난 4월 22일 20살 생일을 맞은 '아기공룡 둘리'를 오마주한 작품이 화제다. 만화잡지 '영점프' 5월1일자에 실린 최규석(26)씨의 '2003 공룡 둘리'(사진)가 그것이다. '영원한 어린이의 친구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라는 부제가 달린 이 작품은 40대가 된 둘리와 그의 친구들 얘기를 담고 있다.

첫 장면부터 충격을 준다.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납치되는 도우너를 구하기 위해 손가락을 내밀며 "호이 호이"를 외치려는 둘리. 하지만 둘리는 더이상 마법을 부릴 수 없다. 공장에서 프레스 작업 도중 손가락이 잘렸기 때문이다. 공장 사장은 그를 한낱 '외계인 노동자' 취급할 뿐이다.

도우너를 돕기 위해 고길동 아저씨의 아들 철수를 찾아간 둘리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고씨는 도우너에게 사기를 당해 홧병으로 죽었고 희동이는 깡패가 됐다는 것. 또 동물원으로 팔려간 타조 또치는 '거리의 여인'처럼 굴고 마이콜은 밤무대 가수로 가까스로 연명한다는 것을.

우리의 둘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1998년 서울문화사 신인만화 공모전 성인지 부문 금상과 2002년 동아LG 만화 페스티벌 극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최씨는 "상명대 만화학과 시절 '둘리'를 패러디해보라는 수업과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둘리가 명랑 만화의 주인공이 아닌, 인간 사회에 편입할 수 없는 공룡이라는 관점에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둘리'의 작가 김수정씨는 "둘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은 만화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반가워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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