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속도 휴게소 "지금은 혁명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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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위크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4일 오후 6시 일본 도메이 고속도로(도쿄~나고야) 하행선 35㎞ 지점에 있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에비나(海老名)휴게소.

휴게소 내 유명 제과점 앞에 막 구운 빵을 사기 위한 고객이 1백명 넘게 줄을 섰고, 떡집 앞에는 즉석 시식 코너가 있었다.

대형 유리로 장식된 실내 상점가에는 이탈리아.프랑스.중국.일본 음식 전문점 등과 수퍼마켓.특산품 코너 등 50개의 점포가 자리잡고 있다.'10분, 1천엔'이란 간판의 50평 남짓한 이발소에선 고객 20여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게소가 대형 백화점의 지하 상점가 같은 분위기다. 이 휴게소 관계자는 "지난 2월 전면 재개장 이후 한달간 매출액이 지난해 1년 동안 올린 매출액을 넘어섰다"며 "지금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혁명기"라고 말했다.

일본의 고속도로 휴게소가 탈바꿈하고 있다.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1~2개와 간식거리.특산물.음료를 살 수 있는 시설 몇 개가 고작인 '구식 휴게소'로는 살아남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 도로시설공단(우리의 도로공사에 해당)이 갖고 있던 고속도로 휴게소의 관리 및 운영권한이 1998년부터 민간재단인 '헬로 스퀘어'와 'J-SaPa'로 나뉘면서 휴게소의 고객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두 기구는 한 고속도로에서 1백㎞씩 구간을 나눠 휴게소를 관할하고 있다. 빼앗지 않으면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경쟁구조다.

관광지 등에 각종 편의점과 대형 할인점 등이 대거 들어선 점도 휴게소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고속도로 이용자 수가 크게 늘 것이란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전국 2백15개 휴게소 중 10% 정도가 현재 '휴게소'란 개념에서 벗어나 '복합 서비스 전문점'을 지향하고 있다.

개성있는 서비스를 통해 다른 곳과 차별화하려는 휴게소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나가노(長野)현 중앙고속도로에 있는 스와코(諏訪湖) 휴게소는 아예 휴게소 안에 온천을 만들었다. 장거리 운전자와 여성 운전자가 타깃이다.

도메이 고속도로의 시즈오카(靜岡)현 하마나코(濱湖)휴게소는 발 마사지점을 마련해 장거리 운전자와 단골 손님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나고야와 고베를 잇는 메이신(名神)고속도로의 다가(多賀)고속도로 등은 휴게소 안에 아늑한 호텔을 만들어 하룻밤에 4천3백엔에서 1만5천엔까지 다양한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올해 초 고속도로관리공단이 계룡건설에 팔리면서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의 운영권이 민간에 넘어갔다. 지난해까지는 도로공사 자회사인 고속도로관리공단의 위탁 운영 휴게소와 민간 휴게소 이원체제였다.

가나가와현 에비나=김현기 특파원

<사진설명>

지난 2월 전면 공사 후 새로 문을 연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에비나 휴게소. 백화점 식당가처럼 안락한 분위기의 음식점과 유명 커피체인이 들어서 있는가 하면(上), 백화점 지하상가에서나 볼 수 있던 유명 제과점들이 '메론빵' 등을 즉석에서 구워 내고 있다(下). [가나가와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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