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담보대란? … 금융권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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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권이 8.31 부동산 대책 이후 닥칠지 모를 '안개 속 후폭풍'에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집값 하락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밀어내기 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왔지만, 지역에 따라선 집값 하락폭이 의외로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이 2003년 9.23 대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한덕수 경제부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부동산시장 흐름과 대출 가계별 담보가액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 담보가액 변동 주시=금융권은 2주택자 이상 보유자들이 세금 중과를 피해 매물을 내놓을 조짐이 나타나면서 담보가액의 변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추이를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제 집값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며 "만기연장 시점에 담보가액을 꼼꼼하게 점검해 자산 건전성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집값이 하락해도 대출금액이 담보가액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걱정할 게 없지만 과도하게 집값이 떨어질 경우에 대비, 부동산 시세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이 집값의 평균 56% 수준에 그쳐 걱정이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2003년 10.29 대책 이후 담보대출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집값의 80%까지 빌려준 보험이나 상호저축은행.캐피털 등에선 담보가액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기대처럼 급등 지역의 집값이 20%가량 하락할 경우 담보가액이 대출금액 아래로 떨어져 채권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부동산 대책으로 내년 중 집값 하락이 본격화돼 강남구의 경우 최대 20%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일부 캐피털이나 상호저축은행은 부실대출의 회수에 실패하면 올 연말 적지 않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할 판이다.

◆ 금융권 돈 굴리기 비상=주택담보대출로 나가던 돈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도 금융권의 큰 고민이다. 금융권은 2000년 이후 이제껏 주택담보대출을 150조원 이상 늘렸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할 경우 자금 운용에 적잖은 차질을 빚게 된다. 고객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가계대출 잔액 83조원 중 주택담보대출이 48%나 된다. 그동안 안전하다는 이유로 가계대출에 치중해 왔으나 앞으로 새로운 대출처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 한은은 내년 중 가계대출 규모가 올해보다 5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라고 봐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우량 중소기업과 전문직 개인 신용대출에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주택대출에만 안주해와 신용분석 능력이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걱정이다. 5일 시행된 세대별 주택담보대출 규정을 지키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권은 이제껏 대출을 개인별로 관리해 왔기 때문에 세대별로 파악할 근거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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