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세터 곽명우, OK저축은행의 또다른 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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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우(23·1m93㎝)가 일을 냈다. OK저축은행이 백업 세터 곽명우의 활약에 힘입어 2위로 점프했다.

OK저축은행은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3-1(22-25, 25-22, 25-21, 25-20)로 승리했다. 올 시즌 홈 경기에서 8승 무패를 기록한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마지막 홈 경기인 3월 13일 삼성화재전부터 홈 9연승을 질주했다. 승점 3점을 보탠 OK저축은행은 11승5패(승점 30)가 되면서 대한항공(9승7패·승점29)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1위 삼성화재(11승4패·승점32)와의 격차는 2점이다.

김세진 감독은 1세트를 한국전력에 내주자 2세트부터 세터를 교체했다. 주전 이민규(22) 대신 백토스가 뛰어난 곽명우를 투입해 라이트 시몬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작전은 맞아떨어졌다. 1세트에서 4점(공격성공률 25.00%)에 그쳤던 시몬은 2세트에서 백어택 5개를 성공시키는 등 9점을 올렸다. 3세트에서는 60%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뽐내며 10점을 올렸다. 결국 시몬은 이날 35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곽명우는 미들블로커 김규민과도 완벽한 호흡을 맞췄다. 김규민은 이날 속공 11개를 시도해 10개를 성공시키며 12점을 올렸다. 김세진 감독은 "(곽)명우가 들어가서 안정적인 토스를 해줬다. 한국전력에는 전광인, 서재덕, 오재성, 권준형 등 명우가 같이 생활한 성균관대 동창들이 있다. 서로 잘 알고 있어서 마음 편하게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곽명우는 2013-2014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OK저축은행에 지명됐다. 신생팀이었지만 출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곽명우보다 앞선 1라운드 2순위로 뽑힌 이민규 때문이었다. 곽명우의 소사초·소사중 1년 후배로 3학년만 마치고 프로에 뛰어든 이민규는 청소년 대표로 활약한 유망주였다. 이민규는 주전을 차지했고, 기량을 인정받아 국가대표까지 발탁됐다. 곽명우가 설 자리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규의 대표팀 발탁이 곽명우에게 기회가 됐다. 9월까지 소속팀을 떠난 이민규 대신 곽명우가 새로 영입된 시몬의 파트너 역할을 했다. 이민규보다 대표팀에서 돌아온 뒤에도 시몬은 곽명우의 토스에 좀 더 좋은 공격력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곽명우에게 기회가 왔다. 곽명우는 1라운드 현대캐피탈전에서 선발 출전하는 등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투입돼 제 몫을 했다.

곽명우는 "민규가 1세트에 안 좋아보여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이 한국전력에 많아 편한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벤치를 오래 지켰던 지난 1년에 대해 "너무 처지지말자고 생각했다. 팀원마다 자신의 역할이 있고, 기회는 언제든지 오니까 그걸 잡자고 생각하면서 노력했다"고 돌이켰다. 이민규와의 경쟁에 대해서는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프로는 잘 하는 선수가 먼저 나가는게 당연하다. 내가 선배지만 민규의 장점을 배우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그래도 민규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구질이다. 개인적으로 상대 블로킹을 속이는 것보다는 공격수가 편안하게 잘 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시몬이 쿠바 대표팀 세터 동영상도 보여줬고, 공격이 잘 되는 안 되는 토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며 시몬과의 호흡에 대해 설명했다.

안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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