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밀' 원전 설계도 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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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운영하는 고리와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부품 설계도와 주요 기기 계통도, 제어 프로그램 해설서 등이 유출됐다. 국가 전력시스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국가 기밀 자료다.

 18일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이 보유하고 있는 고리 원전 설계도와 월성 원전 계통도, 고리 원전 주변 주민 방사선량 평가 프로그램 등이 지난 15일 한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됐다. ‘Who Am I’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이 블로거는 자신을 ‘원전반대그룹 한국지부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블로거는 전·현직 한수원 직원 1만 799명의 이름·사번·직급·입사날짜·퇴직날짜·e메일 주소·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파일을 공개했다. 현재 해당 블로그는 폐쇄된 상태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출된 자료는 신입사원 등을 위한 교육용”이라며 “한수원 서버에는 해커 침입 흔적이 없고, 누군가 프린트된 교육용 자료를 들고 외부로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직원 개인 정보는 2009년 당시 작성한 문서이고, 월성은 1호기의 직원 교육용 제어 프로그램이며, 고리는 직원 운전용 도면으로 각각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블로거 주장대로 해킹에 의한 유출은 물론 다른 경로를 통해 빠져나갔을 가능성까지 모두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한수원의 임직원 개인정보와 설계도·계통도가 유출됐다면, 한수원 서버에 접속해 원자력발전소에 테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우려했다.

 한수원은 해킹으로 인한 자료 유출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경·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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