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년 자립형 사립고 학생·교사 만족도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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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 벤치마킹할 만한 실험학교로서의 가능성 제시' '궁극적으로 입시교육 탈피 못해 교육의 특성화 추구에는 현실적 한계 존재'-.

교육인적자원부가 6개 자립형 사립고의 시범운영 결과를 분석해 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매긴 성적표다. 교육여건과 교육의 질이 개선되는 등 학생.교사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나 '성적'과 '입시'에서 벗어나지 못한 교육으로 재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오히려 일반고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운영상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02년부터 시범운영해 온 자립형 사립고는 포항제철고.광양제철고.해운대고.상산고.민족사관고.현대청운고 등이다.

교육부는 이날 제1차 '자립형 사립고 제도협의회'를 열어 보고서 내용을 검토했으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11월 말께 제도의 정식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 비교적 높은 만족도=자립형 사립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3.5점으로 일반계 사립고 전체 평균(2.9)이나 해당 지역 사립고(3.1)보다 높았다.

교사도 가르치는 보람(4.0)이나 재직 희망도(3.8) 등에서 지역 일반고보다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학부모도 자녀의 학교에 대한 긍지(4.2)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립형 사립고의 성과에 대해 ▶다양화.특성화 교육의 확대▶고교 선택 기회 확대▶사립학교 운영 모형 제시 등의 항목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과학.외국어.국제 등의 전문교과제나 AP(대학과목 先이수제) 과정 도입(민족사관고), 능력인증제(청운고), 수준별 수업모형(광양제철고) 등 학교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 편성운영 사례도 긍정적 평가의 근거로 제시됐다.

자립형 사립고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공학.자연.의학 등 이과 계열 진학이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과 계열로 진학한 학생 비율은 광양제철고 40.3%, 민족사관고 45.8%(외국 대학 진학은 제외), 포항제철고 47.5%에 달했다.

◆ 사교육은 여전=예상과 달리 자립형 사립고 학생이 사교육을 받는 비율은 68.2%에 달했다. 지역 고교 학생들의 사교육 비율(54.8%)보다 오히려 높다. 민족사관고의 경우만 11.6%로 낮았다. 자립형 사립고 학생들은 대부분 방학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자립형 사립고도 대학입시에 초점을 둔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 저소득층 배려는 미흡=재학생의 가정환경을 보면 대부분 중류층 이상으로 저소득층 학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학생 1인당 연간 납입금은 평균 269만3000여원으로 일반계 고교 평균 119만8000여원에 비해 2배를 약간 넘는 수준였다. 그러나 학생이 실제 부담하는 연간 수익자 비용 부담액은 기숙사비를 포함할 경우 평균 646만원으로 집계됐다. 민족사관고는 연간 1257만원이었다.

그럼에도 일부 대기업이 설립한 학교법인을 제외하고는 자립형 사립고 대부분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해당 학교들은 학생 납입금 한도(일반고의 3배)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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